이탈리아 가구회사 칼리가리스 적극적 홍보·투자로 급성장 이탈리아 디자인 강조하며
각국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작년에도 매출·순익 증가
이탈리아 동북부 산업단지 우디네(Udine)시(市)에서 동쪽으로 차로 달린 지 30분쯤 지났을까. 높이 20m, 무게 22.9t에 달하는 초대형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의자다. 이 의자 근처에 있는 만자노(Manzano)시 입구의 가구회사를 찾았다. 86년 역사의 칼리가리스(Calligaris) 본사다.본사에 들어서니 러시아와 스페인에서 온 판매상 10여명이 회의실에 앉아 칼리가리스 마케팅 담당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올해는 황갈색을 띤 호두나무 가구가 뜰 겁니다. 다양한 모델들이 곧 나오지요."
의자 강도 실험실에선 신제품 의자가 3초마다 쇠망치로 얻어맞으며 충격을 견디고 있었다. 바로 옆 가구제작 공장에서는 테이블·의자가 손질되어 도색작업을 거친 뒤 열처리 공정이 진행됐다. 포장된 완제품 일부는 트럭에 실려 나가고 나머지는 대형 창고로 이동했다.
전대미문의 경기침체라고 하지만 칼리가리스는 불황을 몰랐다. 칼리가리스는 지난 10년 사이에 매출이 2배로 불어나 2007년에 1억6000만유로(약 28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7년 당기순이익은 1700만유로(약 300억원)를 기록해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이 10.6%에 이른다. 불황이 시작된 지난해에도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해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이 10%를 웃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 칼리가리스가 2008년 10월 이탈리아 패션도시 밀라노 한복판에 세운‘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오프닝 행사를 찾은 초청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칼리가리스 제공
칼리가리스는 아무리 불황이 닥쳐도 전체 매출액의 2%는 반드시 홍보비로 책정한다. 신문, 잡지 등 매스컴에 대한 홍보비는 한번도 깎아본 적이 없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주요 가구 전시회에도 매년 빠짐없이 참여한다. 창업자 손자이자 현재 회사 대표인 알렉산드로 칼리가리스가 10여년 전 자체 브랜드 '칼리가리스'를 내세우면서 펼친 전략이다. 모로 모스카(Mosca) 마케팅담당 이사는 "회사가 급성장한 배경은 적극적인 홍보와 투자 덕분"이라고 말했다.
불황 한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말, 칼리가리스가 이탈리아 중심도시인 밀라노 시내 한복판에 전용매장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지난해에 몇몇 경쟁회사들이 문을 닫았고 모두 주춤했죠. 하지만 우린 투자를 결심했습니다. 불황기에 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로 한 겁니다."
지상 2층, 지하 1층짜리인 플래그십 스토어는 이탈리아 전통가옥의 모델하우스 같은 느낌을 준다. 1층은 거실과 주방, 바, 2층은 침실, 지하는 창고 등으로 구성돼 있고 모두 칼리가리스의 대표상품으로 가득 차 있다. 후문을 나서면 정원과 함께 세련된 테이블이 전시돼 있다. 직장인 엘레나 페시니(28)씨는 "매장이 집 같은 아늑함을 준다"며 "세련된 디자인의 상품은 보통 실용성이 떨어지는데 칼리가리스 상품은 두 가지를 다 갖춘 것 같다"고 말했다.
- ▲ 칼리가리스‘플래그십 스 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가구를 둘러보고 있다./칼리가리스 제공
귈리아 브라이다(Braida) 홍보부장은 "칼리가리스는 명품 분위기의 이탈리아 가구를 대량 생산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제조업체들이 명품을 적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전략과 다르다는 것이다. 명품가구에 견줄 만한 세련된 제품을 대량 생산해 명품보다 조금 싼 가격으로 전 세계 중산층 시장을 뚫고 있다. 칼리가리스의 이런 전략은 해외시장에서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이 늘 수 있었던 건 바로 해외수출이 전년보다 5~6% 정도 늘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오 메사글리오(Mesaglio) 수출담당 이사는 "가장 이탈리아적인 디자인을 강조하지만, 지구촌 어디를 가든 그곳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가구를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자노 본사와 인근 3개 공장에서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풍의 상품이 제작돼 이탈리아와 유럽 각지로 팔리고 있다. 미주와 아시아 지역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현지 공장에서 새롭게 디자인된 제품이 각각 수출되고 있다. 칼리가리스가 갖고 있는 모델만 800개에 이르고 상품 수는 7000여개에 달한다. 사이즈와 색상 등 원하는 대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게 돼 있다. 메사글리오 이사는 "각 국가마다 다른 소비자 수요에 맞춰 재질과 크기, 색상을 바꿔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