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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美의류업체 아메리칸 어패럴

화이트보스 2009. 4. 15. 11:27

[5] 美의류업체 아메리칸 어패럴
中·동남아 아웃소싱 않고 경쟁 통해 생산능력 극대화 인센티브·복지 등 최고 대우
"노동력 착취 작업장보다 선진시스템 제품이 뛰어나"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시내 중하층민 거주지에 있는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이하 AA)은 특이한 회사이다. 미국 본토에서 남성·여성·아동복과 성인용, 애완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의류를 직접 생산하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중남미 등에서 싼 인건비를 이용하는 아웃소싱(외주) 열풍과는 거리가 멀다. 제품 종류도 바지·티셔츠·가방·재킷 등 1만7000개에 이른다. 티셔츠만 이곳에서 매주 120만벌 생산된다. 미국 내 단일 업체로는 최대 규모이다.

원단 커팅부터 재봉, 광고, 마케팅까지 하나의 빌딩에서 모든 활동을 하는 수직적 통합 생산방식이다. 또 이 회사가 만든 모든 제품에는 로고가 없는 대신, 제품 태그에 'LA 다운타운산(made in downtown LA)'이라는 표시가 새겨져 있다. 미국, 그것도 LA 한가운데서 만든다는 자부심의 표현인 셈이다.

최근 기자가 찾아간 LA 웨어하우스(Warehouse)가(街)에 있는 AA는 겉모습부터 남달랐다. 연한 붉은색 7층 아파트형 공장인데, 바깥에는 'AA is an Industrial Revolution(아메리칸 어패럴 자체가 산업 혁명이다)'이라는 검은색 글자로 된 구호가 붙어 있었다.

LA에 있는 아메리칸 어패럴(AA) 본사 공장에 있는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생산 효율 향상과 계량화 차원에서 작업 조마다 흰색 스코어보드 판이 붙어 있다. /LA=송의달 기자


꼭대기인 7층을 사무실과 쇼룸(전시공간)으로 쓰고,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제품 생산·포장을 하는 작업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이 회사는 글로벌 경제 위기가 기승을 부린 작년에도 전년 대비 15% 정도 성장을 이뤘다. 작년 11월에는 6% 성장(2007년 11월 대비)에 그쳤지만 10월의 경우 22%나 늘었다. 2005년에 세계 각국에 77개 매장을 새로 연 데 이어 지난해에는 18개국에 80개 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공격 경영'으로 승부하는 기업인 것이다.

이유가 궁금해 5층에 있는 봉제공장 생산 현장에 갔다. 근로자들의 80% 정도는 히스패닉(스페인계통) 이민자들인데, 6명씩 한 조를 이룬 생산 작업 조(組)마다 작업에 바쁜 모습이었다. 특이한 것은 작업 단위 조 위에 붙어 있는 흰색 스코어보드판.

이 보드판에는 근무 시간(time), 잠재력(potential), 실제 성과(actual), 수입(earning), 이런 식의 글자와 수치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AA의 마티 베일리 부사장은 인터뷰에서“생산 라인 작업자들을 숙련도에 따라 세부류로 나누어 개개인의 작업 능력 개발 극대화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LA=송의달 기자

"팀마다 경쟁하는 MBA 방식을 모든 작업 라인에 도입했어요. 주어진 시간에 누가 많이 정품(正品)을 생산하느냐 하는 경쟁을 벌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불량 하자품이 나오면 감점을 하고 잠재력보다 실제 성과가 더 좋은 팀은 인센티브를 줍니다."

마티 베일리(Bailey) 생산·관리 담당 부사장(COO)은 "우수 작업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포함해 매일 최소 100달러가 넘는 급여를 지급한다"며 "숙련도에 따라 수퍼 스킬드(Super-skilled)·평균(average)·느린(slow) 근로자 등 세 부류로 나눠 능력 개발 극대화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A 공장 근로자들의 평균 시급(時給)은 19달러 정도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저 임금(시간당 7달러대)의 배가 훨씬 넘는다. 코트라 LA비즈니스센터의 정은주 부관장은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공정을 선진화하고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하면서 철저한 경비 절감 등으로 최고의 생산성을 내는 게 AA의 고성장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완벽한 직원 의료보험제도도 돋보인다. 매주 일인당 12달러씩 내면 특별한 중병(重病)이 아닌 한 모든 의료 혜택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건물 4층에는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 '건강관리 센터'가 문을 열어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책임지고 있다.

직원 페르난데스씨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공장이 가동하면 언제든 헬스케어 센터에 전문 요원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첨단 IT(정보기술)기기를 접목한 경영도 또 다른 성장 원천이다. 3층에 있는 '웹 디파트먼트(web department)'의 경우, 전 세계 8개 온라인 스토어(online store) 담당과 회사 홈페이지 등 웹 관리와 온라인 영업을 총괄한다. 24명의 직원들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데, 올 1월 판매 실적만 450만달러에 달했다.

신디아 세몬(Semon)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평균 6시간 안에 해외로 직접 배송까지 마치는 신속함(speed)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하루 평균 매출액이 올 들어 11만달러에 달해 저비용 고수익 경영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회사도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90%가 넘던 공장 가동률이 작년 말부터 75~80% 선으로 떨어지고, 매출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AA의 인기는 상당하다. 경제 위기 이전에도 이 회사에서 일하겠다고 줄 서 있는 취업 대기자만 1000명이 넘었다. 한 직원은 "좋은 임금과 의료·건강관리 외에 유기농 목화를 주로 사용하는 윤리적 패션 같은 매력 덕분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거의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앞으로 모든 제품의 80%를 살충제를 쓰지 않은 비싼 유기농 면화로 만들 계획이다.

1997년 AA를 세운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돕 차니(Charney·40)는 이런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5월 미국 패션산업계로부터 '올해의 소매업자(retailer of the year)'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투자회사 인데버(Endeavor)가 3억82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외부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차니 CEO는 "미국에서 윤리적인 방법으로 선진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이 근로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불법적인 작업장의 제품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임금 상승 등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라는 큰 흐름도 어떤 발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역류(逆流)시킬 수 있음을 AA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기획: 한국무역협회 ko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