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요사 고가 마사유키 사장이 10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수질정화용 블록을 활용한 어 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어항은 1년 이 상 물을 갈지 않았는데도 악취가 나지 않으 며 물고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차학봉 기자
"가업 살리자"… 10년 공들여 '수질정화용 블록' 개발
소규모 시골공장에서 환경첨단기업으로 변신
"하천 오염 심각한 중국·인도 적극 공략"
일본 후쿠오카(福岡)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떨어져 있는 시골도시 미야마시에 자리 잡고 있는 고요(KOYOH)사. 3대째 내려온 조그마한 콘크리트 블록공장이 수질정화용 블록(바이오에코 블록)을 개발,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범한 콘크리트 블록 회사를 환경첨단기업으로 변신시킨 고가 마사유키 사장(古賀雅之·51).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고가 사장은 학교 졸업 후 전자회사인 교세라에서 8년간 샐러리맨으로 근무했다. 고가 사장은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교세라에서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부인도 반대했다. 고가 사장은 "갑자기 직업을 바꾸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가업(家業)을 잇는 전통 때문에 결국 귀향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막상 고향에 돌아왔지만 생소한 분야라 적응이 되지 않았다. 건설업 불황으로 블록 매출은 줄어들기만 했고 이러다가 회사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고가 사장은 "우연히 참석한 한 세미나에서 화산석을 물에 넣으면 수질이 정화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수질 정화용 블록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화산석과 콘크리트를 배합해서 블록을 만들었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등 실패를 거듭했다.
대학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화산석의 정화기능이 화산석 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시멘트를 배합할 경우, 시멘트의 알칼리성분 때문에 미생물이 소멸돼 정화기능이 사라진다는 것도 밝혀냈다. 고가 사장은 "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강한 알칼리에도 살아남는 낫토균을 블록에 주입할 경우, 수질 정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을 밝혀냈고 결국 상품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낫토균은 자기 증식 기능이 있어 수질정화용 블록은 5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 ▲ 일본의 한 하천에 고요사가 개발한 수질 정화용 블록 설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블록을 하천에 시공하면 하천의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 선할 수 있다, 고요사는 인도네시아·인도 등에도 수질정화용 블록 수출을 추진 중이다./고요사 제공
고가 사장이 고향으로 돌아온 지 10년 만의 성공이었다. 하지만 시골의 소규모 공장에서 만들어낸 신상품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우회전략이다. 누구나 그 효과를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가정용 어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질정화용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 제품을 어항에 넣으면 물을 1년 이상 갈지 않아도 물고기가 생생하게 잘 살고 악취가 나지 않는다.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확인되면서 공공기관도 앞다퉈 고요사의 수질정화용 블록을 찾기 시작했다.
수로(水路)에 배를 띄워 관광객을 유치하는 야나기가와시는 수로에서 악취가 풍기면서 뱃놀이가 존폐위기에 처하자 고요사에 도움을 청했다. 고요사의 블록을 설치하자 마치 마술처럼 악취가 사라졌고 수질도 개선됐다. 잇따라 가고시마현 수산시험장, 지바현 사쿠라시 잉어 양식장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고요사의 명성이 퍼져나갔다. 고가 사장은 "하천의 수질 오염이 심각한 인도, 중국 등으로 해외시장도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도 뉴델리에서는 3.2㎞의 하천에도 수질정화용 블록을 설치,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고가 사장은 "아프리카에 말라리아 등 질병을 일으키는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블록 개발에도 착수했다"며 "개발여하에 따라 콘트리트 블록도 얼마든지 친환경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직원 16명에 매출 60억원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지만, 친환경 콘크리트 제품으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패기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트라 후쿠오카 김현태 센터장은 "사양산업이라는 콘크리트 블록회사가 10년에 걸친 연구개발로 첨단 환경재료 회사로 변신한 것을 보면서 일본중소기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기업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