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넘어지는 조선인… 농사기술은 감탄할 만”
루돌프 차벨의 부인이 조랑말을 타고 길을 안내하는 한국인과 나란히 시골길을 지나고 있다. 사진 제공 살림 |
부산→원산→서울 여행기 출간
“짐꾼들은 뒤로 밀리더니 넘어졌다. 이 한국인 패거리들은 그 행동거지가 참으로 어설펐다. 이들같이 잘 비틀대는 민족이 세상에 또 있을까.”
95년 전 한국을 여행하던 독일인 부부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잘 넘어지는 민족이었다.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1904년 일본에 왔다가 한국을 2개월 동안 여행한 독일인 기자 루돌프 차벨은 이런 모습이 신기했던지 여행기에서 ‘걸핏하면 다리를 하늘로 뻗고 뒤로 나자빠지는’ 한국인의 모습을 반복해 묘사했다. 결혼 직후였던 그는 취재와 신혼여행을 겸해서 아내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부산, 원산, 안변, 철원을 거쳐 서울에 이르기까지의 여행을 기록한 ‘독일인 부부의 한국 신혼여행 1904’(살림)가 번역 출간됐다.
당시 한국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낙후돼 있었다. “부산의 한국인 거주지에서 보이는 거라고는 진흙으로 지어서 초가지붕을 얹은 오두막집이 전부였다.” “부산을 통틀어 해관 말고는 제대로 가는 시계가 하나도 없었다. 오른쪽 가게는 5시 55분, 왼쪽 가게는 6시 18분, 다른 가게는 심지어 6시 30분을 가리켰다.”
한국인의 뛰어남을 묘사하기도 했다. “개울물을 이용해 논에 물을 대는 이 마을 주민들의 솜씨는 실로 대단했다. 감탄할 만한 관개시설이 아닐 수 없었으니 한국 농부들의 부지런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특히 따뜻했다. “그네를 타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광경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으나 아뿔싸, 하얀 귀신이 다가오는 것을 본 아이들이 그만 겁에 질려 달아나 버리는 게 아닌가.” “아이들은 날 때부터 예절이 몸에 밴 듯했고, 부모에 대한 사랑을 최고의 윤리 종교적 계율로 배우며 자라 왔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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