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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의 자연과 신비가 그대로 울릉도,

화이트보스 2009. 6. 7. 23:17

원시의 자연과 신비가 그대로

머니위크 | 민병준 | 입력 2009.06.07 14:4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울산

 [[머니위크]한국의 걷고 싶은 길/울릉도 성인봉~나리분지]
우산국으로 불리던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기 울릉도 개척시대를 지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성인봉은 성스런 구역이었다. 성인봉은 섬 산이면서도 1000m에 다다를 정도로 높을 뿐만 아니라 그 품 또한 넓고도 깊었다. 울릉도를 한바퀴 일주했어도 이 코스를 걷지 않고는 울릉도의 속살을 보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벼르고 별러 떠난 울릉도 여행길에서 최고봉인 성인봉(聖人峰, 984m) 산행을 어찌 빼놓을 수 있을까. 울릉군의 진산이기도 한 성인봉은 오랜 옛날 나물을 뜯던 한 소녀가 산신령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여 유래한 이름이다. 또 산의 모양새가 성스럽게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한다.

◆도동삼거리~대원사~성인봉~나리분지 4시간30분

예전에는 원시림이 빽빽해 접근조차 어려웠으나 요즘은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부터 정상인 성인봉을 지나 울릉도의 가장 큰 평지인 나리분지까지 산길이 잘 뚫려있다. 코스도 여럿이다. 가장 일반적인 대원사 코스는 도동항~도동삼거리~대원사~팔각정~바람등대~성인봉~신령수~알봉분지~나리분지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이 산길은 초입과 정상~알봉분지 등 일부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전 구간을 걷는 데는 4시간30분 소요. 천부까지 연결하려면 2시간 정도 더 걸린다. 나리분지를 초입으로 삼은 나리분지~알봉분지~신령수~성인봉~팔각정~대원사 코스도 4시간30분 걸린다.

울릉도에는 약 3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하는데, 해발 600m 부근의 원시림(천연기념물 제189호) 지대에는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섬조릿대가 나며 그 사이에 솔송나무 섬단풍나무 등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나무들로 숲이 이루어져 있다. 그 밖에 섬노루귀 섬말나리 섬바디 등 희귀식물들도 많다.

최고봉인 성인봉은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쌓여있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구름 한점 없이 맑다가도 갑자기 해무가 몰려와 산정을 뒤덮기도 한다.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미륵산~형제봉~송곳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오른편으로 알봉과 아담한 알봉분지가 통째로 눈에 들어온다. 아쉽게도 나리분지는 능선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알봉분지와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火口原)으로 평균 경사도가 25도인 울릉도에서 드물게 평지를 이루는 지역이다. 화구원 안에 있던 중앙 화구구(火口丘)인 알봉(卵峰, 538m)의 분출로 두개의 분지가 형성되었는데, 나리분지는 면적 1.5~2.0㎢, 동서길이 1.5km, 남북길이 2km로서 울릉도 최대 평지를 이룬다.

◆조선 말기 개척민들이 살던 나리분지

조선 말기에 울릉도를 찾은 개척민들이 가장 큰 집단을 이루고 살았던 곳은 바로 나리분지였다. 기록에 따르면 개척 당시 나리분지 거주민은 93가구 50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울릉도에 흔한 아름드리나무를 베어 기둥을 세우고 억새로 이엉을 엮어 지붕에 얹었다.

우리 전통 가옥에서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 형으로 네귀를 맞추어 쌓아 만든 집을 귀틀집이라 하는데, 울릉도에서는 이를 투막집이라고 부른다. 전체적인 구조는 강원도 산골의 귀틀집과 거의 비슷하지만, 울릉도 전통 민가인 투막집의 특징은 우데기다.

이는 눈이나 비바람을 막기 위해 집 바깥쪽에 기둥을 세우고, 억새 옥수숫대 등으로 엮은 이엉을 설치한 바깥벽을 말한다. 보통 부엌 화장실 장독대 등이 모두 우데기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에 활동공간이 생기게 된다. 바람이 많이 불고, 겨울에는 눈이 3m까지 내리는 울릉도 기후에 아주 알맞은 시설인 셈이다. 현재 나리분지에는 지붕을 너와로 이은 너와집 1개소, 섬에서 많이 나는 솔송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우물 정'자 형으로 쌓고 틈은 흙으로 메워 만든 투막집 4개소를 도지정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개척민들의 고생은 말이 아니었다. 특히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도 울릉도는 나물 천국이라 섬초롱, 전호나물, 취나물, 부지깽이, 참나물, 명이 등 먹을 수 있는 나물이 지천이었다. 이른 봄. 긴 겨울을 지나고 나면 식량이 모두 떨어져 개척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곤 했다. 이때 잔설을 뚫고 솟아나는 명이(산마늘)는 반가운 생명줄이 되었다. 당시 개척민들이 산에 올라 눈을 헤치며 캐온 명이를 삶아먹고 명(命)을 이었다 해서 '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전한다.

요즘 울릉도 사람들은 이 명이로 김치도 담그고, 절임을 한다. 또 그냥 뜯어다 쌈 싸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기 특유의 잡내도 없애주기 때문에 요즘에는 울릉도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최고의 효자 나물로 대접받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산기슭에서 명이를 보기 어려워졌다. 나물로 인기를 끌면서 뭍에서 주문이 밀려들자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적이 많지 않은 성인봉 정상 부근의 산기슭에서는 아직도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다.

여행정보

[배편]

묵호항↔울릉도=묵호항여객선터미널에서 10:00, 울릉도 도동항에서 14:00 출항. 요금은 한겨레호 씨플라워 모두 편도(1등/우등) 일반 4만9000원/5만3500원, 중고등학생 4만4100원/4만8150원, 만2~12세 2만4500원/2만6750원. ▲포항↔울릉도=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10:00, 울릉도 도동항에서 15:00 출항. 요금은 썬플라워(1등/우등) 일반 5만4500원/5만9800원, 중고등학생 4만9200원/5만4000원, 만2~12세 2만7250원/2만9900원. 씨플라워(1등/우등) 일반 4만8300원/5만3000원, 중고등학생 4만3700원/4만7850원, 만2~12세 2만4200원/2만6600원. 출항시간은 기상 상태에 따라 변동이 심하므로 반드시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묵호여객선터미널 033-531-5891, 포항여객선터미널 054-242-5111~5, 울릉여객선터미널 054-791-0801~3 대아고속해운 홈페이지 www.daea.com

[현지교통]

도동↔천부 도동여객선터미널 앞에서 매일 8회(06:10, 07:20, 09:10, 11:30, 13:20, 15:30, 17:00, 18:20) 운행. 남양 20분 소요, 1500원. 태하 35분 소요, 2500원. 현포 50분 소요, 3400원. 천부 1시간 소요, 4500원. 이 차는 바로 천부에서 도동으로 되돌아 나온다.

천부↔나리분지 천부에서 매일 8회(07:10, 08:20, 10:20, 12:30, 14:20, 16:30, 17:50, 19:00) 왕복 운행. 15분 소요, 900원.

*우산버스 전화 054-791-7910, 8000
[숙박]

울릉도 관문인 도동항 주변에 울릉비취호텔(054-791-2335), 울릉호텔(054-791-6611)을 비롯해 모텔급 숙박업소도 즐비하다. 성인봉 북쪽의 나리분지에는 울릉아일랜드민박(054-791-8888)이 있다. 나리촌(054-791-6082)에서는 감자전(7000원), 더덕파전(7000원), 더덕 황기 넣은 토종닭백숙(4만5000원), 토종씨앗동동주(7000원) 등을 차린다. 송곳산 바로 옆 절벽에 추산일가펜션(054-791-7788 www.chusanilga.com)이 있다.

[별미]

울릉도 나물과 약초 먹고 자란 '울릉 약소'가 최고 별미. 도동항의 혜솔약소숯불(054-791-1146)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소금구이 1인분(250g)에 1만5000원 내외. 이 외에 울릉회타운(054-791-4054), 99식당(054-791-2287) 등에선 홍합밥(1만원), 따개비밥(1만3000원), 따개비칼국수(6000원), 오징어 내장탕(1인분 8000원)을 차린다.

[참조]

울릉군청 대표전화 054-791-2191, 문화관광과 054-790-6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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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준여행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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