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자막… 의도적 오역… 객관적 사실도 허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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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번역된 내용 방송땐 바꿔서 내보내
檢“일부 제작진 감정공유 알면서 악의적으로 왜곡”
e메일 공개 적정성 논란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 과장 왜곡보도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18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PD수첩이 무려 30가지의 왜곡보도를 했다고 밝혔다. 의도적으로 오역(誤譯)을 하거나 객관적 사실을 왜곡한 내용이 적지 않고, 따라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공평성 잃은 보도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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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3월 4, 5일 프로그램 제작진의 e메일을 압수수색해 제작진이 주고받은 e메일 기록 일체를 확보했다. 여기에서 ‘편집구성안’ ‘스튜디오 대본’ ‘자막의뢰서’ 인터뷰 대상자 전원의 ‘번역본 녹취서’ 등 방송의 제작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는 1640여 쪽의 원본 취재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이를 통해 최초 취재 내용이 실제 방송 때 달라진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중요한 자막들의 경우 ‘주저앉은 소’는 ‘광우병 소’로, ‘아레사 빈슨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일률적으로 왜곡됐다. 특히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최초 번역본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에 따르면 우리 딸이 CJD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였다가 ‘편집구성안(지난해 4월 28일 10시 작성)에는 ‘CJD’ 부분이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으로 바뀌었다. 그 후 최종 방송에는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로 나갔다.
또 “내 딸이 인간광우병에 감염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했어요”라는 어머니의 말은 편집구성안에서 큰 변화가 없다가 자막의뢰서에 와선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바뀐 뒤 그대로 방송됐다. 번역 자막을 바꿔 사인(死因)을 인간광우병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이다. ○ “취재 내용과 다른 점 알면서 왜곡”
검찰은 제작진이 방송 첫 부분에 삽입된 ‘주저앉은 소’의 영상이 실제로는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동물 학대를 고발할 목적으로 촬영한 것인 줄 알면서도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비치게 했다고 봤다. 이 단체 소속 마이클 그래거 씨가 이 장면에 대해 ‘젖소(dairy cows)’라고 말하는 것을 ‘심지어 이런 소’라고 오역했다. 광우병과 무관한 영상에다 “미국은 2003년 첫 광우병 발생 후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 모든 소의 도축을 금지했다”고 광우병 관련 내레이션을 붙인 뒤, 그 뒤에 바로 나오는 번역 자막마저 왜곡한 것은 악의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94%가 MM형 유전자를 가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하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프로그램에서 밝혔지만 ‘유전자형만으로 발병 위험이 커지거나 작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자신들의 취재 내용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 작가 e메일 내용 공개 논란
검찰은 18일 불구속 기소한 PD수첩 작가 김은희 씨의 e메일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제작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 사실”이라며 “범죄 성립의 주요한 요소인 ‘악의’ 또는 공평성을 잃은 게 맞느냐는 판단을 하게 된 중요한 근거 자료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정 차장은 e메일에 있던 김 작가와 김보슬 PD 간 대화에 대해선 “이런 의도를 PD수첩 제작진 전부가 공유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김 PD가 이 프로그램의 해외 제작 대부분에 관여했기 때문에 일부 제작진은 심정적 공유를 했으리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작가와 함께 기소된 조능희 전 CP는 이날 “공적 목적을 위해 기획된 방송을 마치 사적인 것처럼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인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PD수첩 측은 “사건과 무관한 개인적인 e메일 내용을 공개한 것은 개인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수사의 필요성 때문에 확보한 압수물이라도 본인의 동의 없이 개인 통신 비밀을 공개한 것은 실정법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MBC에서 구성작가로 10년 넘게 활동… ‘이제는 말할 수…’ 등 시사물 많이 맡아▼
■ PD수첩 광우병편 메인작가 김은희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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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김은희 작가(37)는 지인에게 보내는 e메일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을 털어놓았다.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메인작가가 이런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방송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 Y대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1998년 MBC 공채 작가로 들어가 PD수첩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휴먼 다큐 ‘희로애락’ ‘사과나무’ 등을 거쳐 2006년 PD수첩의 메인작가로 합류했다. 최근 참여한 프로그램으로는 4월 12일 방영한 MBC스페셜 ‘김명민은 거기에 없었다’였다.
10년 넘게 MBC에서만 일한 김 작가는 MBC구성작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6월 13일 협의회 홈페이지에 ‘파시즘 이행기’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읽다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어 옮긴다”며 ‘한겨레 21’(6월 12일호)의 기사 일부를 옮겼다. 그가 옮긴 기사는 “나오미 울프가 ‘파시즘 이행기’를 판명할 수 있는 8가지 잣대를 제시했는데 이명박 정부 시기의 한국 시민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라는 대목이었다. 그가 소개한 잣대는 ‘정치적 압박으로 자유 언론을 탄압한다’ 등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의역에 대해 “빈슨의 MRI 진단명은 인간광우병(vCJD)으로 추정됐고 그의 어머니가 말한 부분 중 가장 간결하게 말한 부분을 골라 쓰다 보니 의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 발표에선 ‘MRI’ 진단명이 vCJD였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번역 오류’는 뼈에 사무치는 실수지만 제작과정에서 통용되는 의역 외에 의도적으로 오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된 뒤 MBC 본사 사옥에서 숙식했으나 4월 27일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한 작가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이념 성향이 짙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더 강경하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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