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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오바마? 北 착시였다

화이트보스 2009. 6. 18. 08:08

부드러운 오바마? 착시였다


한미정상회담뒤 “악행→보상의 20년 사슬 끊겠다”
취임 5개월도 안돼 초강경 메시지… 제재동참 독려도


16일 한미 정상회담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최후 통첩성 메시지를 던졌다. 3차 핵실험 등 추가적인 긴장고조 행위를 계속해 고립의 길을 자초할 것인지, 아니면 진지한 대화에 나서 평화공존과 번영의 길을 걸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단어나 어조도 분명하고 단호했다. 그는 “국제사회와 한국에 대한 위협과 불법무기, 그리고 국제법을 무시하는 태도로는 결코 안전보장과 존중을 얻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핵실험)악행→긴장고조 조성→대화 재개→추가 보상 획득’을 반복하는 북한이 20년 넘게 되풀이해 사용해 온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도 반드시 끊어버리겠다고 공언했다.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북한의 안보 불안 조성행위에 굴복해 에너지 제공이나 식량 지원을 약속하는 식의 악행에 대한 보상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는 구두경고에 머물지 않고 당장이라도 실행에 옮겨질 태세다. 미국은 유엔을 통한 북한 선박 검색 방안의 윤곽을 거의 확정했고 독자적인 금융제재 방안도 이미 마련했다. 대통령후보 시절 “독재자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했던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공화당 정부에 비해 호락호락할 것이라고 본다면 심각한 오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태세다.

임기 시작 5개월이 채 안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행동 패턴을 바꾸겠다고 호언한 배경은 무엇일까.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우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네바합의(1994년)에서 핵프로그램 동결에 합의하고도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가동했던 북한의 기만(cheating)에 환멸을 느낀 인사들이 현 정부에 대거 포진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 방문 의사를 타진하며 내민 ‘대화의 손’을 북한이 야멸치게 거절한 것도 강경 대응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에서 보여준 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도 미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빈틈없는 ‘찰떡공조’를 과시하고 있는 한미 양국 관계도 이번에는 진정한 대북 압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또 다른 근거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중국의 동참을 독려하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을 제재하기 위해 채택한 안보리 결의안 1718호가 중국의 미온적 이행으로 실효성에 큰 타격을 입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강경 메시지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선택해야 할 모범답안도 제시했다. 북한이 진지한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는 것을 전제로 적극적인 양자 대화는 물론이고 안보불안 해소와 궁극적인 관계 정상화에 이르는 로드맵을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