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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호 19일간 떠돌다 북한 남포항으로 귀항

화이트보스 2009. 7. 7. 16:16

강남호 19일간 떠돌다 북한 남포항으로 귀항

강남호의 착각? 딴 볼일 있어 출동한 미국 매케인호, 본인들 추적한다 생각했나

한·미 정보당국의 집중감시를 받던 북한 상선 강남1호가 6일 남포항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17일 북한을 출항한 직후 수출용 불법무기를 실었을 것이란 의혹을 받아온 지 19일 만에 아무 곳도 들르지 못한 채 회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 1874호)가 내려진 직후 북한을 출항한 강남호가 어떤 이유로 무엇을 싣고 어디로 가려 했는지 등은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특히 강남1호가 진로를 급히 바꿔 회항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놓고 대북 정보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미국의 해군함정이 강남1호를 추적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강남1호를 뒤따르며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국 이지스함 존 매케인호는 다른 임무를 띠고 필리핀 근해로 항해 중이었다.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 인근에서 기동훈련을 벌이자 미 해군은 필리핀 수비크만 인근 해역에서 이를 감시하는 작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 해군은 수중 음파를 탐지하는 길이 1.5㎞의 예인형 소나(sonar)를 동원했고 중국 잠수함이 여기에 부딪치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근해에 있던 존 매케인호가 급히 출동했고, 강남1호와 유사한 항로로 뒤따르는 형국이 되자 ‘강남1호를 추적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굳이 공해상 추적을 하지 않아도 북한 상선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할 수 있는 대북 감시장비를 한·미 정보 당국이 공유하고 있다”며 실제 선박 추적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당국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회항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지스함까지 동원한 추적을 벌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박 강제검색 등의 충돌을 피하려 배를 돌렸다는 관측이다. 게리 러프헤드 미 해군총장도 지난 4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부여한 영향력과 지원이 강남1호를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미얀마의 입항 거부가 강남호의 선수를 돌리게 한 결정적 요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포항에서 미얀마까지 6000㎞가 넘는 거리를 한 번의 중간 기항도 거치지 않고 운항한 것 역시 의문이다. 상선의 경우 통상 최종 목적지 항구에 들른 뒤 급유를 하고 식량·식수를 채워 돌아오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지만 강남1호는 20일 가까이 중간보급 없이 출발지로 귀항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끝에 강남1호를 띄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노후한 북한 선박에는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장치 등도 없다”며 “귀항 시 12~15노트(22~27㎞)의 빠른 속도로 항해한 것으로 볼 때 식량·식수 부족으로 상당한 곤란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선박에 과연 무엇이 실려 있었는지도 의문으로 남게 됐다. 일부에서는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부품이거나 북한에서 자체 생산해 동남아 국가에 수출할 AK소총이나 로켓포(RPG-7)를 실었을 것이란 추정도 내놓는다. 강남1호는 지난 5년간 중국 항구 등에서 일곱 차례나 조사를 받았을 정도로 불법 무기수출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선박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 테스트용이었다면 빈 배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정보 관계자는 “강남1호에 실린 물품을 선적 단계에서부터 추적했으나 모두 포장이 돼 있는 상태라 어떤 것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