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호의 착각? 딴 볼일 있어 출동한 미국 매케인호, 본인들 추적한다 생각했나
한·미 정보당국의 집중감시를 받던 북한 상선 강남1호가 6일 남포항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17일 북한을 출항한 직후 수출용 불법무기를 실었을 것이란 의혹을 받아온 지 19일 만에 아무 곳도 들르지 못한 채 회항한 것이다.관련핫이슈
이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강남1호를 뒤따르며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미국 이지스함 존 매케인호는 다른 임무를 띠고 필리핀 근해로 항해 중이었다.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 인근에서 기동훈련을 벌이자 미 해군은 필리핀 수비크만 인근 해역에서 이를 감시하는 작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당국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회항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지스함까지 동원한 추적을 벌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박 강제검색 등의 충돌을 피하려 배를 돌렸다는 관측이다. 게리 러프헤드 미 해군총장도 지난 4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부여한 영향력과 지원이 강남1호를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미얀마의 입항 거부가 강남호의 선수를 돌리게 한 결정적 요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포항에서 미얀마까지 6000㎞가 넘는 거리를 한 번의 중간 기항도 거치지 않고 운항한 것 역시 의문이다. 상선의 경우 통상 최종 목적지 항구에 들른 뒤 급유를 하고 식량·식수를 채워 돌아오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지만 강남1호는 20일 가까이 중간보급 없이 출발지로 귀항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끝에 강남1호를 띄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노후한 북한 선박에는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장치 등도 없다”며 “귀항 시 12~15노트(22~27㎞)의 빠른 속도로 항해한 것으로 볼 때 식량·식수 부족으로 상당한 곤란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 선박에 과연 무엇이 실려 있었는지도 의문으로 남게 됐다. 일부에서는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부품이거나 북한에서 자체 생산해 동남아 국가에 수출할 AK소총이나 로켓포(RPG-7)를 실었을 것이란 추정도 내놓는다. 강남1호는 지난 5년간 중국 항구 등에서 일곱 차례나 조사를 받았을 정도로 불법 무기수출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선박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 테스트용이었다면 빈 배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정보 관계자는 “강남1호에 실린 물품을 선적 단계에서부터 추적했으나 모두 포장이 돼 있는 상태라 어떤 것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