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미(美)국채 380억달러 매입…
보유고 8015억달러로 사상 최고
올 들어 미국 달러를 대체할 초(超)국가적 기축통화를 주창하며 미국을 거세게 흔들었던 중국이 다시 '달러 대세론'으로 복귀하고 있다.최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기축통화 대체론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던 중국 정부가 이미 지난 5월 미국 재무부 발행 채권(미국 국채)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19일, 중국의 지난 5월 말 현재 미 국채 보유 총액이 8015억달러로 지난 4월에 비해 380억달러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8000억달러를 넘어서기는 사상 처음이다. 월간 증가액도 작년 10월(659억달러)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 매입을 조금씩 줄여왔다. 지난 4월엔 11개월 만에 월간 증가액이 '마이너스(-44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다시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달러를 대신할 국제통화나 투자 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미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도 미국 국채 매입 증가의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1분기(1~3월) 77억달러가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분기에는 1779억달러나 폭증했다. 외환보유 총액은 2조130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해외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로선 폭증하는 외환보유고를 해소하는 데 미국 국채시장만한 '규모'와 '안정성'을 갖춘 시장을 찾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해외 자원투자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은 중장기 투자여서 단기적으로는 과잉 달러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외경제무역대학 딩즈제(丁志杰) 교수는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비록 미국 달러가 피로 증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미국 국채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 채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미국 경제가 유럽·일본에 비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시에 '달러 대체 기축통화'론 주장도 중국에선 수그러들었다. 지난 4월 런던 G20 세계금융정상회의 이후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인도가 '반(反)달러 진영'을 형성해 달러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그 대열에 합류할 경우, 보유한 달러 가치의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연초 달러 흔들기에 나섰던 중국이 다시 미국·중국·일본으로 이어지는 '달러 블록'으로 복귀했다"며 "미국 달러의 불안정이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기축통화 (基軸通貨·key currency)
국제 간 결제나 금융 거래에서 기본이 되는 통화를 말한다. 현재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發)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달러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인도·러시아 등 주요 신흥경제국들은 달러를 대체할 새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