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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질구출작전은 무능력 그자체"

화이트보스 2009. 7. 20. 10:50

한국의 인질구출작전은 무능력 그자체"

입력 : 2009.07.19 16:51 / 수정 : 2009.07.19 17:25

베흐젯 파콜리 마베텍스그룹 회장.

코소보 정치인이자 발칸의 거부 파콜리 회장, 탈레반 지도부와 접촉해 석방 교섭
<이 기사는 월간조선 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에서 벌어진 한국인 피랍사건 때 한국정부의 작전은 “무능함 그 자체”였다고 독자적으로 인질석방 교섭에 나섰던 코소보의 거물 정치인 베흐젯 파콜리(58)가 밝혔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마베텍스’ 건설회사의 회장으로 ‘발칸의 거부’로 통하는 사업가이기도 한 파콜리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당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와 UN 발칸지역 대표부 와히드 와히둘라 전 대사는 한국 정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탈레반과 직접 접촉에 나서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2007년 7월 19일 샘물교회 교인 23명의 피랍소식을 들은 파콜리는 아프간 출신의 와히둘라 전 대사와 연락을 취해, UN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와히둘라 전 대사는 “파콜리가 2004년과 2006년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 피랍 외국인을 구출한 경험이 있어 최고위급 탈레반 인사와 접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에서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와히둘라 전 대사에 따르면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에게 “금전적 대가를 원해 이러는 것이냐”며 무례한 반응을 보였고 “한국은 곧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성과를 얻기 위해 시간을 끌 것”이라며 도움을 거절했다. 
2007년 9월 2일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인질 가족들에 섞여 인천공항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에 파콜리와 와히둘라는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콜리는 아무런 대가 없이, 심지어 한국 정부의 거절에도 이렇게 행동한 데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이라고밖에 설명을 못하겠다”고 했다. 파콜리는 한국 정부가 섣불리 미국측 요인들을 끌어들인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달 동안 전화로 준비작업을 계속한 후, 8월27일 파키스탄에 도착해 아프간 인접도시에서 탈레반 지도부를 만났어요. 나는 ‘인질이 석방돼야 한다. 원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말했죠. 탈레반 측은 한국 정부 협상단에 대해 ‘위험하고 진지하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한국 측이 미국 CIA나 적십자 등 외부인들을 협상에 끌어들였기 때문이죠. 탈레반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긴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2007년 7월 31일 3시쯤 용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아프간 피랍 뉴스를 보고 있다. /조선일보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돈을 줬는지에 대해 월간조선이 묻자 파콜리는 “나는 모릅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탈레반 지도부에 한푼도 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탈레반 인사는 ‘누군가가 경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얼마냐고 묻자 ‘당신과 우리는 친한 친구니까 당신이 돈을 내라는 말은 아니다’고 대답했습니다.”

파콜리는 당시 한국 정부의 협상능력에 대해 비판했다. “탈레반 지도부가 직접 ‘한국 정부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한국 협상단은 탈레반 지도부와 만나지도 못했어요. 내가 27일 그들과 만난 후 28일 석방이 결정된 겁니다. 인질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들은 날 두드리며 ‘됐다, 됐다’고 했습니다.”

파콜리는 “한국 협상단 중에서 누군가가 탈레반 지도부와 만나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서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콜리는 현재 준(準) 독립국가 상태인 코소보의 완전한 독립 승인을 위해 전 세계를 방문하고 있다. 그는 “코소보 국민들의 꿈인 독립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코소보가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신에게 기도한다”고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