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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 방치하면 방광결석·신부전 온다

화이트보스 2009. 8. 19. 17:27

전립선비대증 방치하면 방광결석·신부전 온다

헬스조선·비뇨기과개원의協
'전립선 자신감 프로젝트'

▲ 조선일보 DB
최형호(58·가명)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회에 모임에 갔다가 난처한 일을 겪었다. 맥주를 몇 잔 가볍게 마시고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았는데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은 것. 시간이 갈수록 아랫배가 단단해지며 고통이 심해졌다. 결국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 귀가했다. 집에서도 소변을 보지 못해 고통을 겪다가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담당 의사는 "전립선비대증이 심해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았다. 가을철에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남자의 계절' 가을이 왔는데도 괴롭고 짜증나는 남자들이 있다. 소변보러 화장실 갈 때마다 남모를 고통이 따르지만, 혼자 꾹 참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에겐 가을은 힘든 계절이다. 가을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전립선 근육이 수축, 요도를 눌러 소변 보기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비뇨기과 문턱이 닳는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의 2003~2007년 계절별 전립선비대증 환자분포를 보면 ▲가을(9~11월) 7만470명 ▲겨울(12~2월) 6만7463명 ▲여름(6~8월) 6만6922명 ▲봄(3~5월) 6만6078명 순이었다.

전립선의 근육은 내장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불수의근'이다. 그런데 이 근육도 날씨가 추워지면 저절로 수축된다. 이 때문에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배뇨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가을이 되면 전립선비대증에 따른 증상이 악화되는데도 전립선비대증 검진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갑자기 오줌 누는 횟수가 증가하고(빈뇨), 잠자는 동안 한 번 이상 소변 보러 일어나며(야간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오줌이 곧 나올 것 같으면서(급박뇨), 실제로는 잘 나오지 않고 다 눌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증상 등이 한참 나타나고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증상들은 날씨가 춥거나, 물 또는 술을 많이 마셨을 때, 이뇨제나 장 운동 촉진제 등을 복용하면 더 심해진다.

이미 전립선비대증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잘 몰랐다가 응급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가 '전립선비대증으로 응급실 또는 급하게 병원을 방문하는 사례'를 조사했더니 다음 5가지가 가장 많았다.

첫째, 술 마시는 도중이나 과음한 다음날 아침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다. 과음을 하면 단기간에 방광에 소변이 꽉 차기 쉽다.

둘째, 장시간 버스를 타거나 꽉 막힌 도로를 주행할 때다. 버스나 꽉 막힌 도로에선 소변을 참을 만큼 참다가 결국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다.

셋째, 감기약을 먹고 소변이 안 나와 응급실을 찾는 경우다.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제'는 전립선 근육의 이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넷째, 갑작스런 온도 변화이다. 밤낚시, 스키, 야간산행 등을 즐기는 남성의 경우 낮과 밤 기온이 급격히 차이가 나면서 소변이 마려워도 나오지 않는 증상이 많다.

다섯째, 남들이 소변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가는 경우다. 사무실, 교회 등 실내공간에서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지려 다른 사람이 그 냄새를 맡고 피하는 것이다.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진길남 회장은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면 방광결석, 신부전이 올 수 있다. 50대 이후에는 매년, 가족력이 있을 때는 40대부터 전립선비대증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김우정 헬스조선 기자 kwj@chosun.com
  • 2008.09.23 16:03 입력 / 2008.09.24 10:42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