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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대는 저절로 끝나지 않는다

화이트보스 2009. 8. 25. 21:49

갈등의 시대는 저절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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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24 22:03 / 수정 : 2009.08.24 23:23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정기 라디오 연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과 관련해 "역사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이제는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여·야가 통합을 위한 정치 제도 개혁에 나서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번 국장 기간 내내 서울 상도동 자택에 조기를 게양했다. 그는 앞서 김 전 대통령과의 화해도 선언했다. 두 김씨 휘하의 동교동·상도동 인사들도 손을 잡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퍼부었는데도 이 대통령은 병실을 찾아 그의 가족과 함께 기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한나라당 대표도 정중히 조의를 표했다. 이 장면들 모두가 국민에게 위안을 주었다.

이 화해와 통합의 분위기도 그냥 놓아두면 흘러가버리고 만다. 대통령은 앞으로 국민 통합을 국정의 중심 의제로 삼겠다고 했다. 대통령 국정의 출발점이 개각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쓰는지를 보고서 국정 전체에 대한 인상을 갖게 된다. 대통령이 이번 개각을 통해 지역·계층·세대를 아우르고 인사에 불필요한 종교 이야기가 끼어들지 않도록 해야 통합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세상에 갈등 없는 사회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갈등은 민주사회에서 흔히 보는 다른 견해의 충돌이 아니라 적대세력 간 생사를 건 싸움으로 악화돼 있다. 민주주의 경험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제도의 문제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행정구역과 선거제도 개편을 얘기했다. 지금 경기도 성남·하남 등지에서 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의미가 있으려면 단순한 소규모 지역 통합이 아니라 중앙 권력의 대담한 이양이 전제돼야 한다.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보다는 죽기살기식 대결을 완화시킬 수 있을 테지만 정권이 안정적 의회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약점도 있다. 따라서 선거구제는 어느 제도가 더 낫다고 쉽게 판정할 수 없다.

지금은 행정구역이나 선거구제를 넘어서는 근원적 차원의 통합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 갈등의 한 근본 원인은 너무 비대한 중앙 권력과 그 권력을 한 편이 독점하는 구조에 있다. 지금의 이 제도와 문화로는 결사적 대결을 막기 어렵다. 승자·패자 모두가 악순환에 빠져 있다.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현재의 정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우리 국가 구조의 어느 부분이 적대적 갈등을 만들어내는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 시대의 마감과 새 시대의 개막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