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페어링 미스터리 … “분리 영상 공개해 의혹 씻어야”

화이트보스 2009. 8. 26. 10:28

페어링 미스터리 … “분리 영상 공개해 의혹 씻어야” [중앙일보]

2009.08.26 02:21 입력 / 2009.08.26 10:09 수정

“위성 정상적 분리” 정부 발표에 의문점
덮개 분리 장면은 로켓 내 카메라가 지상 전송
항우연·KAIST, 오늘 위성과 교신 시도

나로호 발사는 성공인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단계까지였다. 로켓 1단의 화염이 창공에서 흰 점으로 사라진 뒤에는 발사체에서 보내오는 영상과 신호로만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은 고도의 우주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생해도 일반인들은 알지 못한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위성 보호덮개와 로켓 1단이 성공적으로 분리되고, 로켓 2단의 점화도 잘됐다고 했다. 로켓 2단과 위성도 정상적으로 분리됐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부분 성공’ 또는 ‘부분 실패’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발사체의 성공과 실패는 발사체 본연의 임무, 즉 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놨느냐 여부로 판단한다. 이게 국제 발사체 시장의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나로호 발사는 정부 발표만으로도 실패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의혹이 남아 있다. 발사 215초 만에 위성보호 덮개(페어링)가 벗겨져야 하는데 두 쪽 중 한 쪽만 벗겨졌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를 뒤집는 발사 관련자의 증언이다. 로켓 1단은 위성보호 덮개가 벗겨진 뒤 다 타서 분리돼 필리핀 앞바다로 떨어졌다. 위성보호 덮개가 분리됐는지 여부는 발사체에 장착된 두 대의 카메라가 영상을 찍어 발사통제동으로 보내기 때문에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먼저 이 부분이 검증돼 국민 앞에 공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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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관련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위성보호 덮개를 벗겨버리는 것은 우주에서 공기 마찰에 의한 위성 손상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덮개를 벗기는 또 한 가지 중요한 동기는 발사체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위성보호 덮개가 벗겨지지 않으면 결국 발사체는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속도를 만들 수 없고, 궤도에 올라가서는 위성을 로켓 2단에서 분리하기 어려워진다. 이 상태에서는 위성보호 덮개와 로켓 2단, 위성이 한 몸체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라면 위성은 궤도에 올라갔다고 해도 위성 ‘홀몸’이 아니라서 위성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동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판을 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나로호 발사는 중간에서부터 실패의 수순을 밟은 것이다. 위성에서 로켓 2단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우주를 떠돌다 일정 시일이 지나면 지상으로 떨어진다. 위성보호 덮개는 한국에서 제작했다. 로켓 2단과 과학기술 위성과 함께다. 이런 것들이 영상과 함께 공개돼야 의혹을 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로켓 전문가는 “발사체가 발사 초기에 흔들리며 올라간 것도 정부측은 의도한 것이라 하지만 사실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외국의 대부분 발사체나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타고 간 소유스 우주선도 발사 때 곧게 올라갔다.

나로호의 위성보호 덮개 분리 실험 장면.
망원경을 이용해 나로호 관측에 나선 한 로켓 애호가는 “나로호가 육안을 벗어난 직후 커다란 물체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본지에 제보해 왔다. 이 물체의 정체도 규명해야할 과제다. 실패의 한 원인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어쩌면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정확한 실패 원인은 나오고 있지 않지만 그런 정황은 많다. 우선 ▶충분한 시험이 이뤄지지 않은 러시아제 로켓 1단을 들여 온 것에서부터 ▶연이은 이상 발견으로 발사가 거듭 연기됐는데도 서둘러 재발사 날짜를 잡은 것 ▶로켓 1단과 로켓 2단을 따로 개발해 한국에서 조립한 뒤 함께 충분한 지상 실험을 하지 않은 것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위성을 발사할 때 위성과 발사체를 모두 발사대에 올려놓고 로켓 1단의 연소시험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선 이런 시험을 해봤어야 한다.

나로호는 국비 5025억원이 들어간 국가적 대형 프로젝트다. 발사체에 실린 위성도 136억원짜리다. 여기에는 손해보험도 들어 있지 않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현재 개발 중인 발사체라 보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KAIST 인공위성센터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26일 오전 위성과 교신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정상 운영으로 연결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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