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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조종사들, 로켓발사 정세 때 유서 쓰고 출격"연합뉴스

화이트보스 2009. 9. 10. 14:24

북 조종사들, 로켓발사 정세 때 유서 쓰고 출격"

  • 연합뉴스

입력 : 2009.09.10 10:49

北TV프로그램 통해 본 북한군 무력시위.대응 양태
상반기 긴장고조 땐 후계자 ‘군사치적’ 선전에 활용

지난 4월 북한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두고 미국일본에서 요격론이 제기됐을 때 북한에선 ‘후계자’ 김정운이 ’역습의 사령관’으로 공군을 지휘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북한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것과 관련, 당시 북한 공군 조종사들은 일종의 유서를 써놓고 ’역습’ 출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과 일본에서 무성하게 제기된 요격론과 미 공군의 정찰활동 강화에 북한군이 바짝 긴장해 대응했던 모습은, 그 3개여월 뒤인 7월27일 북한의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 ’녹음실황’으로 방송한 ’조국해방전쟁승리 56돌 경축 텔레비전방송 모임’에서 엿볼 수 있다.

정전협정 체결 56주년인 이날 ’모임’에 출연한 김광일이라는 북한 군인은 “공중에서의 적들과의 대결도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치열한 격전”이었다며 미군이 “전투비행대의 엄호하에 우리의 영공 가까이에 RC-135를 비롯한 각종 정찰기들을 연속 들이밀면서 위성발사 위치와 시간을 탐지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또 일본 방위 당국은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동해와 태평양으로 각각 출항시켜 미 해군 이지스함 등과 함께 대비 태세를 갖추도록 했었다.

이에 북한 공군의 비행사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김정일) 동지께서 지켜보신다고 하면서 최고사령관 동지께 올리는 맹세문을 가슴에 품고 결사전에로” 나갔으며, 맹세문은 “성스러운 이 길에서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조국이 준 임무를 기어이 수행하겠다”는 내용이었고, 조종사들은 “그 맹세문에 한자 한자 서약”을 했다고 이 북한 군인은 말했다.

그는 “그때 원수들이 우리의 드세찬 공격 앞에 겁을 먹고 도망쳤으니 망정이지 놈들이 끝내 분별을 잃고 요격으로 넘어갔다면 요격에 참가했던 대함선 집단은 물론 그 본거지인 일본과 미국 땅이 통째로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김 대장(김정운)의 역습에 (적들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웃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인용한 북한 문서에 적혀 있으나,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로켓 발사 전날인 4월4일 함경북도 어랑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던 북한의 미그-23 전투기 1대가 해상에 추락하기도 했다.

북한의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제2차 핵실험을 앞두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북한군은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무력시위를 했다.

김광일이라는 군인은 당시 북한군이 “정의의 타격전을 준비”했다며 “해군무력 뿐 아니라 지상과 공중의 모든 위력한 타격수단들은 위장망을 벗어제끼고 놈들의 아성을 향하여 멸적의 포탄을 만장진하고 명령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적들도 그때 (이 점을) 보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서해 대연평도에서 12㎞ 떨어진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부포리 일대의 북한군 방사포와 해안포 등의 위장막이 벗겨졌다는 남한 언론보도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일부러 보라고 시위한 것이다.

당시 우리 국방부와 합참 등은 북한의 서해 북부지역에서 2∼4월 포성이 급증했고 해안가 동굴진지 해안포의 위장막이 걷히는 등 포사격과 전투기 훈련이 강화됐다고 밝혔었다.

이 ‘텔레비전방송 모임’에선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수개월간 자주 시찰했던 동부 전선 부대소속 군인들도 여러명이 출연, 김 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대규모 대포 위력사격을 실시한 사실도 밝혔다.

’김금철’이라는 지휘관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부대를 “올해만도 건군절(4.25)을 포함해 여러 차례나” 시찰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전적 구상”에 따라 “건군사에 보기드문 강력한 위력 사격”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력사격에 직접 참여했다는 ’신정림’ 중대장은 “적들 자체도 상상을 초월하는 무서운 타격”이었다고 주장하고, 김 위원장이 이 사격을 참관한 것은 수년전 김 위원장이 이 중대를 시찰하고 “화력복무훈련”을 본 뒤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실탄사격을 봐주겠다”는 약속한 것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들을 “일당백 여사수, 명포수”라고 표현해 이 부대는 여성포중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동해안에는 김 위원장이 자주 방문하는 여성 해안포중대인 ’감나무 중대’가 있다.

또 다른 출연자 2명은 “10여년전 어느 해”에 한.미간 합동군사연습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미군의 예상 주공방향을 짚어주며 “여기에서 인민 군대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본때있게 조직해 적들을 맞받아” 치라고 지시해 “상상할 수 없는 방향에서 불의에 강력한 대기계화 부대들이 질풍같이 맞받아 나오자 적들은 정말 아연실색”했다며 이를 김 위원장이 “안아오신 빛나는 승리”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텔레비전방송 모임’에 출연한 북한 군인들의 이러한 말들은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움직임에 북한군이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이 ‘적들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라거나 가했다’고 주장할 때는 실제의 교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대응태세 자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편 북한 문건이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운을 지난 4월 군사적 긴장기의 ’역습의 사령관’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1968년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때 후계수업중이던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군의 대미 대응을 지휘했다고 북한 언론매체들이 그의 ’군사적 업적’을 선전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