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먼사태 1년 ◆
"리먼브러더스 쇼크로 촉발된 월가발 금융위기는 세계 극강의 경제대국인 미국도 여러 강대국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계기가 됐습니다."
대장성 재무관(국제금융담당 차관) 출신으로 일본의 새 정권인 민주당측 고위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관계를 맺어 온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에서 표면화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오는 16일 일본의 제93대 총리로 선출될 예정인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도 잘 드러났다. 하토야마 차기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식 금융자본 시장경제가 초래한 결과"라며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동아시아 협력외교에 주력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8ㆍ30 총선 승리로 새 집권당이 된 민주당에서도 미국 주도의 시장경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새 정권 아래서는 보다 대등한 미ㆍ일관계를 구축해 일본의 외교ㆍ경제적 실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엔화ㆍ주가 등 시장동향은 하반기 미국 경제의 재몰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급격한 동요가 지속되고 있다. 엔화값은 9월 이후 달러당 90엔대 초반까지 치솟으면서 올해 2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고, 엔고 영향에 따른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우려로 1만포인트 이상 회복됐던 닛케이지수도 상승탄력에 급제동이 걸렸다.
물론 일본의 대다수 식자층은 하토야마의 동아시아 구상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체제가 지속되고 미ㆍ일동맹의 기본골격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오카베 나오아키 논설주간은 "미국 경제의 불패신화가 무너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슈퍼파워 경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더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도쿄 = 채수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