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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규제만 풀어도 연간 2조원 투자 유치

화이트보스 2009. 10. 20. 18:01

야구장, 규제만 풀어도 연간 2조원 투자 유치

입력 : 2009.10.20 16:16 / 수정 : 2009.10.20 16:3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열기가 뜨겁지만 그라운드 시설은 안쓰럽다. 선수들과 관중의 안전이 위협받는 열악한 환경에도 야구장 신축과 개보수 추진 속도가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마트, 영화관.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상업시설을 야구 경기장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저 요깃거리 할 수 있는 매점 정도가 전부. 도시계획시설 관련 법규상 대규모 상업시설 설치는 월드컵, 세계 육상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국제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으로 제한 받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구단도, 지자체도 수익 없는 야구장 신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3년으로 제한된 야구장 임차 기간 또한 투자를 위축시키는데 걸림돌 중 하나.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야구장 임대기간이 3년으로 묶여있고 그마저도 실상은 1년마다 계약을 하고 있다”며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구장이 시설에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스포츠 인프라가 앞서는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떨까? 일본의 돔 구장 이름 앞에는 후원하는 기업 이름이 함께 붙어있다. 이것이 명칭사용권(네이밍 라이츠) 마케팅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야구장을 임대해 쓴다. 하지만 구단은 홈 구장 명칭사용권을 기업에 팔 수 있다. 그 수익으로 구장 관리에 힘쓰고, 기업은 경기장 이름 하나만으로 연 20~30억원의 홍보효과를 얻는다. 또 야구장마다 호텔, 유원지 등 상업 부대 시설을 갖출 수 있고, 문화 공연장으로 활용이 활발해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설, 관리 등 많은 부분에서 뒤쳐진 것이 현실. 하지만 인천 문학야구장에서는 한국 야구장 시설의 발전 가능성을 잠시 엿볼 수 있다. 문학구장의 탁아시설과 스카이 박스, 통나무 가족석은 가족 단위 관중에게 호응이 좋다. 국내 최초로 갖춘 LED 전광판은 매끄러운 경기진행을 돕는다.

SK 와이번스 장순일 마케팅본부장은 “1~3년 단위의 계약이 투자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고 인천시민의 안전, 그리고 야구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단 측의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관리로 인천 문학구장은 개장이래 처음으로 연간 84만 관중을 넘어섰다. 입장수익은 전년 대비 48%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이에 좀더 많은 구장이 고른 혜택을 받고 스포츠 전반의 인프라 확장을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가 준비 중에 있다.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은 스포츠토토 기금을 야구장 시설 보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체육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야구장 임대기간도 25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토해양부는 12월부터 도시계획 시설규칙 심의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상업시설 설치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제도가 현실화 되면 야구장에 연간 최소 2조4000억 원의 투자가 가능하다. 연평균 7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영상촬영=조선닷컴 비즈니스앤 명수형 피디 nakt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