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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프간 지원의 당위성과 그 한계

화이트보스 2009. 10. 21. 11:21

[사설] 한국의 아프간 지원의 당위성과 그 한계

입력 : 2009.10.20 22:02 / 수정 : 2009.10.20 23:32

제프 모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평화와 번영을 바라고 경제적 성장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모든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미 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의료지원 등을 해 왔으나 다른 분야 기여도 있으면 좋겠다"며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규모는 클수록 좋다"고 했다. 지난 4월 방한했던 리처드 홀브룩 국무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담당 특사는 당시 한국의 지원에 사의(謝意)를 표하는 방식으로 추가 지원 필요성을 시사했으나 직설적으로 지원 확대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지원 확대는 한국 정부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던 종전 태도를 바꿔 이른 시일 안에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그만큼 아프간 사정이 다급해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6만8000여명과 40여개국 4만여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탈레반의 저항이 완강해지면서 미군을 비롯한 파병 국가들의 인명 손실이 급증하고 있다. 현지 미군 사령관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규모 추가 파병 없이는 임무 수행이 어렵다며 병력 증파를 요청했다. 여기에다 지난 8월 치른 대선 결과가 부정선거 논란 끝에 번복되는 헌정(憲政) 위기까지 겹쳐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병 국가 중에 철군을 계획 중인 나라가 점차 늘고 있다.

한국은 2007년 여름 20여명의 선교봉사단 집단 피랍(被拉) 사태 직후 의료·공병 부대를 철군시켰고 그 뒤론 파병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당시 한국민이 받은 충격이 워낙 컸던 점을 감안해 파병 요청을 삼가왔다. 한국 내 여론은 파병에 부정적인 의견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비군사적 지원에는 달리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 파리 '아프간 원조공여국 회의'에서 올해부터 2011년까지 33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회의에서 각국이 밝힌 지원 규모는 영국 12억달러, 독일 6억4000만달러, 일본 5억5000만달러였다. 아프간 전쟁이 발발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은 1억3000여만달러를 지원해 세계 지원액의 0.2%를 차지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2만8000여명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빼면 독일(5만8000여명), 일본(3만3000여명)에 이어 3번째로 많다. 독일과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은 해당 국가 방위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주한미군은 지난 60년간 북한 도발을 제1선에서 막는 방파제 역할을 맡아 왔다.

이런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한국의 아프간 지원규모가 인색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한미동맹과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 국제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기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 미국 역시 그에 앞서 아프간 문제를 앞으로 어떤 시간표에 따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