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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건축가, 가시리 마을에 주목하다

화이트보스 2009. 11. 4. 12:33

세계의 건축가, 가시리 마을에 주목하다
델픽대회 건축과 환경예술 경연 소공원 등 설계

국내외 건축가 10개 프로젝트 … 실현 여부 과제


입력날짜 : 2009. 09.14. 00:00:00

▲스페인 출신 건축가 알레한드로 사에라 폴로(왼쪽에서 두번째)가 김영준 감독(맨 왼쪽)과 함께 13일 제주대에 마련된 델픽대회 경연장을 찾아 일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진선희기자
제주대학교 국제교류센터에 건축가의 방이 생겼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든 건축가들이 짐을 풀어놓고 설계 작업에 한창이었다.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 건축과 환경예술, 소통과 사회예술 경연이 이곳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경연은 모두 10개의 프로젝트로 짜여졌다. 참여 건축가는 한국의 김승회 김종규, 독일의 로저 리베, 네덜란드의 카미엘 크라세, 독일의 마리아 스탠코빅, 일본의 코지마 카츠히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에스테반 페넬라, 이탈리아의 루카 칼로팔로, 미국의 제프리 이나바와 줄리아 제르니악 등 10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주제는 '가시리 마을의 파빌리온과 소공원 설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는 근현대사의 변화과정과 자원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4·3으로 인해 온 마을이 잿더미가 되었던 기억을 안고 있는 곳으로 울창한 나무숲에 파묻힌 인상을 준다.

국내외 건축가들은 델픽대회가 개막된 지난 9일 제주에 도착해 가시리를 두어차례씩 답사했다. 이들이 가시리에서 주목한 키워드는 바람, 돌, 감귤, 유채꽃, 한라산, 오름, 동굴, 4·3, 산담과 밭담, 잣성, 억새 등이다. 참여 건축가들은 일종의 기능성 정자인 파빌리온과 소공원을 통해 이들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건축 설계를 진행했다.

어떤 이는 4·3으로 인한 제주의 아픔에 눈길을 뒀고, 또다른 이는 구멍숭숭 돌담을 담아낸 작품을 완성해갔다. 건축가들은 뜬금없이 마을 한가운데 던져지는 설치조각품이 아니라 가시리가 품고 있는 자연·인문적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생활속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13일 제주대를 찾은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 알레한드로 사에라 폴로는 참가자들의 작품을 차례로 둘러봤다.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에 초청된 그는 이번 경연의 심사를 맡았다. 알레한드로 사에라 폴로는 "다른 도시에서 펼쳐놓고 싶은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이곳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다"면서 "건축가들이 지닌 장점을 드러내고 서로 교류하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참가작들은 모두 제주에 남을 것이기 때문에 누가 상을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장 감독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한꺼번에 모이기 어려운 건축가들이 모처럼 제주를 방문해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면서 "설계작품은 제주도청, 제주시청, 제주대, 가시리 등에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경연에 나온 작품들은 실제 가시리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14일 경연이 마무리되면 건축가들은 제주를 떠나지만 이들이 완성한 설계 작품은 제주의 것이 된다. 그것이 서랍속의 종이로 남을 지, 아니면 가시리 마을을 새롭게 바꿀 계기가 될 지는 제주도의 선택에 달렸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진선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