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텐마 이전 등 난제 산적…내정.외교 충족할 하토야마 선택 주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 경제 위기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으나 주일미군 재편 문제 등 민감한 과제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이날 두 정상은 ’핵 없는 세계’의 실현 및 지구온난화 대책,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한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등 지난 9월 일본에서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한 이후 드러났던 미·일 간 파열음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간 최대 현안으로, 한때 양국 관리들 간 “과거의 일본이 아니다”, “미국이 일본을 협박한다”는 감정싸움 양상까지 불러왔던 오키나와(沖繩)현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한 이견이 부각될 경우 그의 아시아 순방의 의미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한 듯 ’중요한 현안’에 대한 협력을 당부하는 선에서 머물렀고, 하토야마 총리는 양국 간 구성하기로 합의한 각료급 회의체에서 ’조속히’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정상이 후텐마비행장 이전 문제 등 양국 간 껄끄러운 현안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고 해서 이 문제를 덮어둘 수 없다는 점이 최대 과제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8·30 총선 과정에서 자민당 전 정권의 대미 외교를 “미국 추종 외교”라는 식으로 비난하며 “할 말은 서로 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등 ’긴밀하고 대등한 미일외교’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하토야마 총리가 ’외교 현실’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권과 일본 국민으로부터 “슬그머니 입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됨으로써 앞으로 그의 운신의 폭도 좁아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후텐마비행장 이전 문제나 그와 민주당이 제기한 미·일 지위협정 개정 추진 등의 ’대등한 외교’의 핵심 사안들을 미국측과 논의해 가는 과정에서 미국측과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만큼 총선 공약과 현실 외교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장 후텐마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측은 2014년까지 같은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에 있는 주일미군 슈와브 기지로의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 해병대의 괌 이전비, 주일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인건비 지원(배려예산)을 포함한 2010년도 예산안 편성도 연말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
미국측은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고 압박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 현민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양측의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방안을 통해 내정과 대미외교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이 조기 결론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하토야마 총리에게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