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가는 도중에 맞은 지리산 일출/2009. 10. 22
아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첫날 성삼재에서 세석까지)/2009. 10. 22~23
중간고사가 끝나서 주중에 시간이 생긴 아들의 제안으로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되었다.
작년에 고교 동창회 사은회로 절반만 마친 종주를 꼭 일 년만에 다시 시도하는 것이었다.
교통편 때문에 걱정했는데 마침 진주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의 도움으로
차를 진주에 두고 버스로 하동을 거쳐 구례에서 일박을 하였다.
이튿날 새벽 4시에 성삼재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5시부터 종주를 시작했고,
중산리까지 일박이일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픽업 나온 친구의 차로 진주로 돌아 왔다.
친구의 도움이 아주 컸다.
종주 첫날은 성삼재에서 세석대피소(22.9km)까지 12시간 20분을 소요했다.
아들의 페이스로 보아 10시간이면 족했지만 대피소마다 한 시간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종주를 즐겼다.
라이트 불빛을 밝히며 성삼재를 출발한다.(05:00)
노고단대피소에서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종주를 시작하는데 일출이 시작된다.(06:50)
비록 정상인 천왕봉에서의 일출은 아니지만 운이 좋았다.
사방이 밝아지자 온통 황금물결로 넘실거린다.
햇볕이 나면서 예년에 비해 추웠던 날씨도 빠르게 회복된다.
피아골 삼거리까지 아들과 호흡을 맞춰보니 등산 성향이 아주 비슷하다. 느낌이 좋다.(07:10)
지난 해에는 겨우 7km를 지난 노루목 부근인 이쯤에서 페이스를 잃은 친구가 무척 고생을 했다.
전남, 전북, 경남의 경계인 삼도봉까지 속도가 너무 빠른 듯해서 자주 아들을 세우기 시작했다.(08:10)
페이스를 잃으면 고통스러워서 종주를 즐길 수 없기에 경치가 좋으면 무조건 쉬어가도록 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인생과 같다. 인생은 엄숙한 자의 몫이 아니라 즐기는 자의 몫이다.
아들아.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자신이 고난이 되어 즐기며 살아 가거라.
1,500미터가 넘는 이곳 식물들은 한 해의 절반을 동면하면서도 어김 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단다.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해서 다시 식사를 한다. 지리산은 목요일이 가장 한가한 종주일이다.(10:30)
이런 속도라면 오후 3시에 첫날이 끝날 것 같아서 대피소마다 한 시간 정도씩 휴식을 하기로 한다.
형제봉에서는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능선길을 따라 벽소령대피소가 보인다.(12:10)
페이스 유지를 위해 자주 음식을 섭취해 주어야 한다.
줌업을 해본 벽소령대피소 부근은 단풍물결이 화려하고 등산객들은 적어서 한가하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의 두 대피소 거리는 3.6km로 가깝고 능선도 완만하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스프레이 파스를 다리관절에 뿌리고 신발을 벗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13:50)
다시 출발을 시작하자 아들의 걸음이 조금씩 무디어진다. 산에서 17km를 걸어본 적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칠선봉을 앞에 둔 전망대는 천왕봉을 비롯해서 조망이 가장 폭넓게 들어온다.(15:40)
멀리 중봉, 최고봉인 천왕봉, 그 앞으로 제석봉이 있고 장터목대피소도 보인다.
연하봉, 삼신봉, 촛대봉의 능선을 지나 맨 우측에 우리가 머물 세석대피소 위치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전망대에서 첫날 종착지인 세석대피소까지는 약 3.5km만 남았기에 느긋하게 오래 휴식을 취한다.
칠선봉은 첫날 종주 구간 중 가장 난코스로 긴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칠선봉에 오르면 낭떠러지 밑으로 절경이 펼쳐진다.(17:00)
손길이 닿지 않은 절벽 틈새마다 모진 생명들이 오랜 세월을 말해 준다.
영신봉을 넘어 세석대피소로 향하는 발걸음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고개를 돌아서자 세석평전(평전:평평한 넓은 밭)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세석평전 중간에 우리가 머물 세석대피소가 보이고 아들의 얼굴에 기쁨이 감돈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하여 총 22.9km, 12시간 20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친 부자간의 하이 파이브.
아들! 수고했고 고맙다. 오늘은 삼겹살 파티로 소주 한 잔 하며 허기와 피로를 달래자.(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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