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보석비빔밥'… |
비단빛 바다…베이 크루즈…계곡온천…남국의 낭만… |
사쿠라지마 화산 1년내내 화산재 토해내 금강만 따라 베이 크루즈 관광 황홀경… |
유황 노천욕-삼림욕에 흑돼지 요리 일품 치란 사무라이 마을-녹차엔 전통 그대로 |
▶'에메랄드 빛 보석' 금강만(錦江灣)에 베이 크루즈 시대 열리다=일본열도가 남쪽으로 힘차게 내달려오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으로 멈춰선 곳이 바로 가고시마다. 일본의 땅끝마을인 셈이다. 가고시마의 중앙엔 후지산의 동생뻘쯤 되는 사쿠라지마(櫻島) 화산이 가부좌를 튼 채 비단물결의 바다 금강만(錦江灣: 킨코만)을 발 아래 거느리고 있다. 사쿠라지마 화산은 안개 같은 화산재를 1년내내 토해내며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실뱀이 기어가듯 정상으로 향하는 좁은 길이 뻗어있지만 아리무라 전망대에서만 분화구를 바라볼수 있을 뿐이다. 최근 이 금강만에 새로운 명품 브랜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고시마의 종합 레저그룹인 이와사키 호텔의 야심작인 베이 크루즈(Bay Cruise)다. 이와사키 호텔그룹은 가고시마 일대의 관광 레저 산업을 손에 쥐고 있는 최대의 기업이다. 특히 이와사키 호텔의 가이세키(일본 전통 코스 요리)는 맛깔나기로 정평이 나 있다.이와사키 호텔측은 "불꽃놀이를 겸한 이 베이 크루즈 상품을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내놓았다"고 설명한다. 최대승선 인원 800명 규모의 야쿠시마마루(屋久島丸)호에서는 불꽃놀이를 비롯 콘서트, 와인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금강만을 누비는 야쿠시마마루호 선실 바로 앞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는 눈이라도 데일 듯 황홀경 그 자체다. 비단물결의 금강만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는 그 이름 그대로 '금상첨화'다. '적잖은 달빛값'을 지불하고 승선한 야쿠시마마루호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 화산의 위용과 보석을 박아놓은 듯 반짝이는 가고시마의 야경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숨은 보석' 계곡온천과 삼림욕장에서 몸과 마음이 즐겁다=가고시마 온천의 백미는 단연 기리시마(가고시마현의 작은 도시)의 산기슭에 자리잡은 계곡온천이다. 들어서는 순간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삼나무들이 서로 팔짱을 낀채 둥근 숲을 이루고 있다. 종알대는 계곡물에 지친 몸을 담그니 천국이 따로 없다. 달빛아래 유카타(목욕 가운)를 입은 여인들의 '꿀벅지' 같은 옆라인이 살짝살짝 드러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또한 근처 기리시마야쿠 국립 삼림욕장에 들어서면 가슴에 박하사탕 하나 문 듯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느낌이다. 머리만 내놓고 즐기는 세계 최초의 검은 모래 찜질도 피로 풀기엔 그만이다. 후끈한 모래속에서 20분정도 견디다보면 어느새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한바탕 몸을 지진 후 모래를 털어내기 위해 바로 옆 노천탕으로 옮겨간다. 해안가 바로 앞 노천온천인데다 달빛 아래라 더욱더 정감이 난다.
▶'검은 보석' 흑돼지와 200년 전통 흑식초 맛에 반하다
온천욕으로 헛헛해진 속을 채우기엔 이곳 특산물 흑돼지가 좋을 듯 싶다. 일본대표 요리인 샤브샤브의 재료로 특히 사랑받고 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고 입안에 넣는 순간 스르르 온데간데 없다. 젓가락 서너짝이 김치전 하나 놓고 다투듯 흑돼지 샤브샤브도 '젓가락 전쟁'이 치열하다. 여기다 고구마를 원료로 해서 만든 소주(가고시마현에는 고구마 소주 브랜드가 10여개에 달한다)를 곁들이니 궁합이 절묘하다. 고구마 소주는 첫잔은 좀 맛이 심심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입안을 오그라들게 만들고 혀 위에 머물수록 달짝지근하다. 장수국가인 일본의 식초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세계에서도 보기드문 이 지방의 흑식초는 일본의 '마시는 식초' 열풍을 주도했다. 100% 생현미를 아만이라는 항아리에 넣어 바닷바람을 쐬어가며 자연 발효공법으로 제조한 흑식초는 피부 미용과 몸속 독소 제거에 효능이 탁월하다고 한다.
▶'잘 다듬어진 보석' 치란 전통마을과 센간엔에서 '정원 미학'을 만끽하다=몸과 마음이 배부르니 이젠 눈호강 할 차례다. 치란(知覽))의 사무라이 마을은 막부시대의 아담한 정원 풍경을 오롯이 간직한 명소중의 명소다. 나지막한 고택들이 난쟁이처럼 주저앉아 서로 이마를 맞대고 있다. 한 고택에서 정원을 감상하는 동안 여주인장이 내놓는 녹차한잔은 피로를 사르르 풀어준다. 짓궂게 석잔까지 요청해봤다. 쏘가리 눈처럼 흘겨볼만도 한데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지갑이 활짝 열리고 말았다. 선뜻 집기에도 가격이 만만찮은 치란녹차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특산품이다. 막부시대 시마즈 가문의 별장으로 쓰였던 센간엔((仙巖園)은 그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진다.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사쿠라지마 화산을 머리에 이고, 넓은 금강만을 가슴에 품은 장쾌한 풍광은 실로 넋을 잃게 만든다. 이밖에도 가고시마에는 2m가 넘는 천연기념물인 뱀장어가 산다는 이케다 호수와 슬픈 역사를 간직한 가미가제 전쟁 기념관 그리고 심수관의 도요지 등 빼놓을수 없는 관광코스들이 있다. 제주도와 기온이 비슷해 현내에 있는 32개 골프장에서 겨울시즌 내내 골프도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고의 명문클럽은 단연 이브스키 골프클럽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호쾌한 샷을 날린후 진한 치란 녹차 한잔으로 빡빡했던 가고시마 여정을 마무리해도 좋을듯싶다. 막상 떠나려니 가고시마가 살짝 소매끝을 붙잡는다.
◆여행 메모
가는길: 대한항공이 매주 3번(수ㆍ금ㆍ일요일) 직항편을 운항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고시마까지는 1시간20분 소요된다. 문의 이와사키호텔 서울사무소 (02)598-2952, 하나투어 (02)2127-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