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신재생 에너지.

'온실가스 배출 1위' 중국, 알고보니 '녹색대국(大國)'

화이트보스 2009. 12. 17. 17:50

'온실가스 배출 1위' 중국, 알고보니 '녹색대국(大國)'

입력 : 2009.12.17 00:37 / 수정 : 2009.12.17 03:05

태양전지 패널 생산 세계1위
풍력발전은 연 100%씩 증가… 86년 덩샤오핑때 준비 '결실'

풍력 발전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어딜까. 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풍력 발전용량 1위는 미국(2만5170㎿), 2위는 독일(2만3903㎿)이다. 하지만 작년 한해 증가분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1위는 여전히 미국(8351㎿)이지만 2위는 중국(6298㎿)이다. 증가율을 보면 미국도 중국의 상대가 못 된다. 미국은 49.7% 증가했지만 중국은 갑절(106.5%)이 늘었다. 더욱이 2005년 이후 내리 100%씩 치솟은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2~3년 뒤면 중국은 세계 최대 풍력 발전국이 된다.

태양광 발전에 쓰이는 태양전지 패널의 세계 최대 생산국은 이미 중국이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30%다. 중국은 또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애 '꿈의 발전'으로 불리는 '청정 석탄 발전'의 상용화를 가장 먼저 이룰 국가(2011년 예정)로 꼽힌다.

이것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란 멍에를 쓴 중국의 또 다른 면모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싸고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국내 시장, 규모의 경제가 청정 에너지산업에서 다시금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요커 최신호(21일자)는 이런 중국을 '녹색 거인'이라 지칭했다.

그 토대는 1986년 3월에 마련됐다. 1964년 중국 최초의 핵실험을 성공시켜 '중국 핵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핵물리학자 왕간창 등 중국 최고 과학자 4명이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서한을 보냈다. 중국이 핵무기 같은 군사 기술에만 매달리다가는 도태될 수 있으니 민수용 첨단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충고였다. 덩샤오핑은 주저함이 없었다. 곧장 국책 첨단기술 지원사업 '863(86년 3월) 계획'이 개시됐다.

중국 기술자들이 15일 서부 간쑤(甘肅)성 둔황(敦煌)의 사막지대에 태양광 발전용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발전용량이 10㎿인 이 발전소는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중국은 청정에너지 산업을 국책사업으로 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신화 뉴시스
863 계획의 최대 수혜 분야가 에너지산업이었다. 2001년부터는 유독 에너지 분야 투자액만 급증했다. 중국이 '자원의 블랙홀'이란 별명답게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부상한 시점이었다. 에너지 분야 투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 1991~2005년 사이 50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적으로는 청정에너지 분야의 발전이 더딘 상태였다. 대규모 시설 투자와 같은 초기 진입 비용이 엄청난 데다 발전비용 자체도 화력 발전 등 기존 발전방식보다 비싸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863 계획으로 무장한 중국은 국가 차원의 투자와 보조금을 통해 이 장애물들을 걷어냈다. 대규모 시설 투자가 단행됐고 그 결과 제품 가격이 뚝 떨어졌다. 전통적 제조업에서 통한 '차이나 프라이스'(중국식 저가 공세)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먹혔다. 이제 세계적 경쟁 업체들이 투자 의욕을 상실하는 지경이 됐다. 미국의 대표적 태양에너지업체 에버그린 솔라는 매사추세츠의 공장을 중국으로 옮긴다고 발표했고, GE는 델라웨어의 공장을 닫기로 했다. 영국 에너지 기업 BP도 미국 메릴랜드 공장 조업을 중단하고 중국 제품을 사 쓰기로 했다.

물론 청정 에너지산업의 원천 기술 대다수는 미국과 유럽 회사 소유다. 그러나 이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국가는 국책 투자와 대량 생산 능력을 앞세운 중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한때 녹색산업 분야의 최강자로 군림한 미국과 좋은 비교가 된다. 미국은 1977년 지미 카터(Carter) 대통령의 지시로 에너지 투자를 4배로 늘렸다. 그 결과 전 세계 태양전지 패널시장에서 50% 이상, 풍력 터빈시장에서 90%를 독점했다.

하지만 레이건 행정부 이후 미국이 이 분야를 홀대하는 사이 기회는 중국으로 넘어갔다. 예정대로라면 중국의 10억달러짜리 청정 석탄 프로젝트 그린젠(GreenGen)은 2011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2004년만 해도 중국 풍력 터빈시장의 80%는 외국 회사들 차지였지만 지금은 중국 회사들이 75%를 점유한다. 지난 10월부턴 남는 물량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뉴요커는 바야흐로 중국이 "초록색으로 거듭났다"며 중국 최고 과학자 4인방의 투서사건이 '중국판(版) 스푸트니크의 순간'이었다고 보도했다. 스푸트니크(1957년 소련이 쏘아 올린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에 경악한 미국이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설립해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산업을 일궜듯 이들의 투서가 중국을 녹색 거인으로 변모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