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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하토야마 풍전등화

화이트보스 2009. 12. 23. 10:52

100일 만에… 하토야마 풍전등화

입력 : 2009.12.23 01:11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총리

지지율 71%에서 48%로…
리더십 부재 불만 높아… 미국과의 갈등도 악재

오는 25일로 출범 100일째를 맞는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토야마에겐 우울한 크리스마스다. 이러다가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48%포인트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범 초 71%에서 무려 23%포인트나 빠졌다. 이 가운데 14%가 최근 한 달 사이에 빠졌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출범 초 14%에서 34%까지 올라갔다.

지지율 48%는 전임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 출범 때와 거의 비슷하고, 50% 중반대에서 출발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에 비해 7~8%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는 54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의미'의 효과가 완전히 퇴색하고, 자민당의 보통 정권 수준으로 내려앉았음을 의미한다. 일본 정계에서 정권 유지 위험선으로 통하는 '40%'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데는 '초보정권'에 따르는 '비용'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일본 정가와 언론에서는 최근의 상황이 이런 측면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하토야마 총리 개인의 리더십 부재다. 언론들은 "총리 관저 간부들조차 '총리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중국 정부 관계자를 만나 "실은 오자와 간사장이 총리가 되어야 하는데 내가 됐다"고 말하는 등, 총리의 비상식적인 말들도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방위비(2008년 4조7000억엔)보다 더 많은 아동수당(5조4000억엔) 신설 등 선거에 이기기 위해 내세웠던 공약들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고속도로 무료화 등 공약 중의 일부를 포기했지만 내년도 재정난은 사상 최악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지지율이 급락한 핵심적 이유는 미·일동맹과 일왕(日王)이라는, 일본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두 가지 '금기'에 대해 잘못 대응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키나와현 후텐마(普天間)기지 문제는 동맹 균열에 대한 광범위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정권의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권의 대응에 60% 안팎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2일 새벽에도 힐러리 클린턴(Clinton) 미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郞) 주미 일본 대사를 불러 합의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동맹 균열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최근 "천황은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따라 국사행위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라고 말하면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압박한 것도 우파 진영으로부터 "오만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사히 여론조사에서도 51% 대 39%로 비판이 많았다.

또 내년 일본 경제가 더블딥(일시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앞으로 호재도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정가에서는 하토야마 정권이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정권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 총리 교체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