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신중국 60년

韓 기업과 기업인들의 中 진출 도전기

화이트보스 2009. 12. 23. 11:16

韓 기업과 기업인들의 中 진출 도전기

 

입력 : 2009.12.22 16:27 / 수정 : 2009.12.22 17:09

인맥 다지고, 현장 뛰며 진두지휘… 13억 중국을 겨냥한다
장쑤성 관료들 한국 방문때… 구본무 회장 자택서 만찬…
정몽구 회장 부인 빈소에… 자칭린 주석 조화 보내기도…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달 12일 중국 베이징(北京)시내에 있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을 찾아 중앙정부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에게 중국측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대·기아차 그룹이 한중 양국 경제발전의 새 협력모델로서 경제발전과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3공장 추진도 선언했다.

정 회장의 중국에 대한 '애착'과 '집념'은 끔찍하다. 그는 2002년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 출범 후 매년 3~4차례 중국을 찾아 발로 뛰는 '현장 경영'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칭린 주석과 각별한 친분도 쌓았다. 자 주석은 2002년 베이징(北京)시 당서기 시절 현대차의 베이징 진출을 지원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작년 4월 현대차의 중국 제2공장 준공식에 앞서 정 회장은 자 주석을 방문해 환담했고, 자 주석은 올 10월 정 회장의 부인인 고(故) 이정화씨의 빈소에도 직접 조화(弔花)를 보냈다.

LG구본무(具本茂) 회장 역시 중국 인맥 다지기에 '공'을 쏟고 있다.

올 6월 뤄즈쥔(羅志軍) 장쑤(江蘇)성 성장과 주산루(朱善�T) 난징(南京)시 당서기 등 장쑤성 고위 관료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이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만찬을 베풀었다.

LG그룹은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이 난징 지역에 20억달러 정도를 투자해 백색가전 공장과 LCD 모듈 공장을 운영 중인데, 고용 인원만 2만명에 달한다. 올 10월 말 난징시를 답방한 구 회장은 장쑤성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구 회장은 "중국은 LG의 해외사업을 뒷받침하는 생산거점이 아닌 '동반성장'해야 할 전략시장"이라고 강조한다.

삼성그룹도 중국 사업에 관한 한 1등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각오이다.

이재용 부사장은 지난달 10일 중국에서 이윤우 부회장,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제조부문 전략회의를 개최하며 중국 시장공략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올 6월 광둥(廣東)성 선전에 있는 세계 3대 네트워크 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 본사에서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을 만나 앞으로 양사 경영진 정기 회동에 합의했다.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은 '중국=제2의 내수시장'이란 각도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중국 전략회의에서는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고사성어를 제시했다. 이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중국 사업에서 배수진을 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Davos) 포럼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난 데 이어 4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도 만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K는 올해로 만 10년째 중국판 장학퀴즈인 'SK 좡웬방' 프로그램을 진행, 중국 중산층과 젊은이들을 파고들고 있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부회장도 중국 사업에 상당한 의욕을 갖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에 '제3의 롯데그룹'을 세운다는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올 10월 중국 대형마트 체인인 '타임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중국의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마크로 인수에 이은 두 번째 중국 본토 M&A(인수·합병)이다.

롯데는 또 2013년 1차 공사 마무리를 목표로 총 10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선양에 대규모 복합단지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쇼핑몰을 비롯해 호텔, 놀이시설, 고급 오피스텔, 아파트 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 위기 와중에도 올해 8% 정도 성장하고, 내년성장률도 8~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시장은 올해 15%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명품 브랜드 판매도 글로벌 시장 중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런 '기회의 땅'인 중국 대륙에서 생존과 번영을 향해 한국 기업과 기업인들이 '대도전(大挑戰)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