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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착유… 발정 알림이… 젖소, IT를 만나다

화이트보스 2009. 12. 24. 14:42

자동 착유… 발정 알림이… 젖소, IT를 만나다
 
2009-12-24 03:00 2009-12-24 06:32 여성 | 남성
농진청 축산 자동화 시설 현장 가보니…

착유기 달린 로봇팔 ‘위잉∼’ 原乳 정보 실시간 나타나
젖소 뒷다리에 센서 부착… 발정기 되면 알림판에 표시



무선주파수인식(RFID) 바람이 축산업에도 불고 있다. 자동으로 젖을 먹이는 ‘포유관리기’에 송아지가 들어서면 RFID 태그를 통해 실시간으로 섭취한 사료 양, 체중 등이 나타난다(위).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자동착유시스템(아래)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천안=한상준 기자
계란 크기보다 조금 더 큰 무선주파수인식(RFID) 카드를 목에 건 젖소 한 마리가 큰 눈을 끔뻑거리며 천천히 기계 안으로 들어섰다. 젖소가 자리를 잡자 착유기가 달린 로봇 팔이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동으로 젖을 씻은 뒤 4개의 착유기가 일제히 작동을 시작했다. 하얀 원유()가 호스를 타고 모이는 동안 기계의 모니터에는 젖소의 고유 일련번호, 무게, 일일착유량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22일 찾은 충남 천안시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에서는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축산 자동화 시설을 한창 시험 가동하고 있었다. 농진청은 “시간에 맞춰 젖을 짜야 하고 발정기에 맞춰 수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낙농업은 농축산업의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힘이 많이 든다”며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IT를 낙농업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은 ‘자동착유시스템’으로 젖소를 사료로 유인한 뒤 사료를 먹는 동안 자동으로 젖을 짠다. 이때 RFID를 통해 각 젖소가 하루 몇 번 젖을 짰는지, 원유의 상태는 어떤지 등이 나타난다. 일일 최대 착유량(체중의 23%)을 넘어서면 젖소가 아예 착유시스템에 들어올 수 없다. 일반 축산농가에서는 노동력이 부족해 하루 두 차례만 젖을 짤 수 있지만 자동착유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시로 젖을 짤 수 있어 착유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젖소의 발정기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발정 알림이’도 축산농가의 노동력을 줄여준다. 발정기를 놓쳐 수정에 실패하면 송아지 1마리 가격인 40만 원을 고스란히 날리기 때문에 축산농가에선 밤낮으로 소의 발정기를 확인한다. ‘발정 알림이’는 발정기가 되면 소가 뒷다리에 힘을 준다는 것에 착안했다. 뒷다리에 붙은 센서에 충격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알림판에 해당 젖소의 번호가 뜨기 때문에 관리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 송아지에게 자동으로 젖을 먹이는 ‘포유관리기’도 시험 가동 중이다.

설비들은 RFID와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자료 전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축했다. 농진청 김재환 농업연구관은 “착유기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자동 위치인식 기술도 담겨 있다”며 “모든 정보는 컴퓨터로 전송되기 때문에 안방에서도 젖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이 축산 자동화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축산농가의 영세성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사육젖소가 50마리 미만인 축산농가가 전체의 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 이현준 박사는 “소규모 낙농으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개방에 앞서 꼭 해결해야 한다”며 “각종 자동화 시설로 노동력을 줄일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낙농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내년부터 축산자동화 설비를 본격적으로 보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가격이 비싼 게 걸림돌이다. 자동착유시스템은 대당 3억 원, 포유관리기는 2000만 원에 이른다. 이 박사는 “가격이 비싸지만 경제성 조사 결과 도입 후 5∼6년이 지나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 가격도 30%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천안=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