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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수도, 이명박의 세종시 기사

화이트보스 2010. 1. 8. 11:40

DJ의 수도, 이명박의 세종시

2009.09.27 05:58 입력

박보균의 세상 탐사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경험했다. 국회가 문 열면 경제 장관들은 과천 청사를 가지 못한다. 그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국회 시즌에는 한전 여의도지점에 임시 사무실을 연다. 국무회의 날은 광화문 근처 생산성본부로 간다. 서울의 교통 혼잡 탓이다. 과천 쪽 장관들의 행태는 비슷하다. 많게는 일주일에 사흘 과천 출근을 포기한다. 그로 인한 낭비와 불편함은 짜증 섞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과천이 그 정도면 충남 연기는 뻔하다. 그곳으로 행정부처를 옮기면 국정 비효율과 혼선은 치명적이 된다. 겉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이다. 들여다보면 수도를 쪼개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울에 있고, 총리와 장관은 세종시로 간다.

세종시는 노무현 정권이 박은 대못이다. “대선에서 좀 재미를 봤다”는 공약의 편법적 유산이다. 충청권 표심 얻기의 경쟁적 산물이다. 한나라당도 원칙 없이 따라갔다. 민주당에는 김대중(DJ)ㆍ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고인들의 유지를 받든다는 것이다.

DJ의 생각은 어떤 쪽이었을까. 그는 세종시 논란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수도에 대한 접근은 독특하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세계 각국의 수도를 보면 그 민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런던·파리·베를린·모스크바·바르샤바 등 유럽 국가들의 수도들은 적과 싸우는 최전방이다. 왕과 귀족들은 국가 방위의 최전선에 수도를 정해놓고 유사시 목숨을 걸고 국민과 나라를 지킬 결의를 표시하고 실천했다. 베이징·도쿄도 비슷한 개념이다.”

그는 수도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충청권 표를 따지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는 인구과밀 해소책으로 부처의 분산 문제를 언급한 적은 있다. 그럼에도 그의 역사적 통찰과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DJ는 통일 후 수도 문제도 언급했다. 그의 3단계 통일 과정에서 “수도는 서울이 될 것이고 북한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통찰의 세계는 세종시를 수용할 수 없다. 세종시는 DJ 관점에선 사문난적(斯文亂賊)에 가까운 일탈이다. DJ 유지를 따르려면 민주당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회창 총재의 요즘 표정은 더욱 엄숙하다. 세종시의 원안 고수를 거칠게 외친다. 그의 자유선진당은 KTX와 화상회의를 지리적 거리의 보완책으로 들먹인다. 설득력은 엉성하다. 서울∼세종시가 1시간20분이라지만 서울역에서 내리면 교통 지옥은 시작된다. 국가 중대사를 화상회의로 논의할 수 없다. 국회에 장관이 없으면 의원들은 “국회를 우습게 아느냐”고 난리 친다. 그런 의원들에게 화상회의는 성이 차지 않는다.
세종시는 선진 일류 국가의 모습과는 반대다. 워싱턴은 백악관을 중심으로 반경 10㎞ 안에 의회와 정부부처를 안고 있다. 파리·런던의 밀집 형태도 비슷하다. 통일 독일의 수도는 베를린이다. 그리고 본에 6개 부처를 남겨놓았다. 하지만 출장, 공문서 수발, 이중 사무소 운영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지적대로 본과 베를린의 분산은 혼란과 비효율의 상징이다.

세종시의 건설비는 2030년까지 22조5000억원이다. 그 비용에는 서민들이 낸 눈물 어린 세금도 들어 있다. 그런 천문학적 투자에도 자족도시로의 성취가 힘들다고 한다. 충청권 사람들의 기대와 자존심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행정중심이 아닌 다른 개념의 도시로 가야 한다. 그중에는 국제과학 비즈니스 벨트 방안도 있다.

국가 백년대계가 걸려 있다. 세종시 문제에 국민 전체의 각성과 관심이 일어나야 한다. 충청권 사람도 흡족하고 전체 국민이 수긍할 수정안을 찾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의 중도실용은 국민적 지지를 확보했다. 그 리더십으로 MB표 세종시를 내놓아야 한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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