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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수도가 분할된 독일을 찾았다. 통일 20년, 수도 이전 10년의 독일 정부는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본 소재 6개 부처의 장관들은 아예 베를린에 상주하고 있었다. 대부분 취임식조차 베를린에서 하고 본에는 1년에 한두 번 들를까 말까 하는 식이었다. 부처의 핵심 기능과 직원들도 당연히 베를린에 있었다. 독일의 수도는 법적인 분할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하나로 통합해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정부 상층부가 통합 운영되고 있어도 공무원들은 베를린과 본 사이를 매월 평균 5000여 회 이상 오간다고 한다. 여비와 시간 낭비 등 직접비용은 물론이고 공무원 간의 업무 협조 미흡으로 오는 정책의 품질 저하와 기회비용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우리가 만난 독일인들은 한결같이 이와 같은 정부 분할의 비효율을 지적하면서 언젠가는 이를 통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결국은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행정부처는 모두 한곳에 모여 있어야 하지 결코 분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었다.
지금 온 나라가 세종시 문제로 뜨겁다. 당초 안대로 국무총리와 행정부처 일부가 이전토록 할 것인가가 그 논란의 핵심이다. 이 문제를 독일의 사례에 대입시켜 보면 그 결론은 너무나 자명하다. 먼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 때 정부는 결코 분할돼 운영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독일은 분할된 것을 후회하면서 통합을 위해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지금 통합돼 있는 정부를 거꾸로 돈 들여 가며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 한번 나뉘고 나면 재통합은 더 큰 문제가 되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될 텐데도 말이다.
다음으로, 세종시 지역 발전 차원에서 볼 때도 일부 정부부처의 이전보다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기업 등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부처 몇 개를 옮기면서 행정수도 건설 효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지역에서 직접 직원을 뽑을 수 있는 독일과 달리 한국에서는 정부기관 소재와 고용은 무관할 터이니 더욱 그렇다.
이 문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다. 더 얻을 것도 없는 대통령이 정치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국민에게 거듭 사과하고 총리가 계란세례를 받아가면서까지 동분서주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정치권도 당장의 이해를 떠나 함께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해야 할 때다. 두고두고 국가발전을 저해할 일이라면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박철곤 세종시민관합동위원 한양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