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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최인호씨의 안타까운 선택

화이트보스 2010. 1. 12. 17:19

투병 최인호씨의 안타까운 선택

34년 4개월,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 ‘가족’ 종료

경향신문 | 이영경 기자 | 입력 2010.01.11 17:37

 




암 투병 중인 소설가 최인호씨(64)가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인 < 가족 > 연재를 지난해 10월호를 마지막으로 35년 만에 중단했다. 작가 스스로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작품"이라고 칭한 작품이 '미완성'인 채로 끝을 맞았다.

월간 샘터사는 11일 "최씨가 지난 10월호를 끝으로 휴재 의사를 전한 데 이어 연말에 연재 종료의 뜻을 밝혀왔다"고 밝혔다. 최씨는 샘터 2월호에 '402+소망 - 가족은 인생의 꽃밭입니다'라는 연재 중단 특별기사를 수록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한다.

< 가족 > 은 최씨가 1975년 9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소설로 2009년 8월 400회라는 진 기록을 세운 국내 최장기 연재소설이다. 소설을 시작할 때 철부지 남편이자 아빠로 그려진 작가는 환갑을 넘는 나이가 됐고 4살이던 큰딸 다혜, 2살이던 아들 도단이는 결혼해 사위와 며느리, 손녀딸까지 새로운 가족 구성원으로 등장했다. 최씨는 2008년 6월 침샘암 수술을 받을 때까지 연재를 거르지 않았지만, 그해 7월부터는 암투병으로 7개월간 연재를 잠시 쉬었다. 이 시기에 김별아, 하성란, 윤성희, 백가흠 등 후배 소설가들은 각자 가족에 대한 성찰을 담은 짧은 소설을 게재해 그의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이후 2009년 3월 연재를 재개했지만 10월호에 실린 402호를 끝으로 연재를 끝내게 됐다. 정확히 34년4개월 만의 긴 과정이었으며, 작품은 지난해까지 9권의 단행본으로 묶였다.

최씨는 마지막회가 된 402호에서 요절 소설가 김유정의 유서를 인용, "아아, 나는 돌아가고 싶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고 싶다. 그리고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싶·다"고 끝맺었다.

< 가족 > 은 샘터 2월호에서 첫 이야기인 '아기'를 비롯, 그간 연재분 중 발췌한 내용과 독자들의 독후감으로 꾸민 특집기사로 세상과 이별한다. 한편 최씨는 지난주 신작 에세이집 < 인연 > (랜덤하우스)를 펴내기도 했다. 투병생활을 하며 죽음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 이영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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