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디트로이트 모터쇼
韓·獨·日은 하이브리드 美는 소형차 바람 거세…
사브·허머 부스 자리엔 韓·中 전기차 들어서
"픽업트럭을 만들던 공장에서 소형차와 친환경차를 만들 예정입니다. 새로운 출발입니다."(윌리엄 포드 주니어 포드 이사회 의장)11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코보 센터. 이날 개막한 '2010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한 미국 자동차 업체 대표들은 '새로운 시작'을 강조했다. 경제위기로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27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를 빨리 잊고 싶어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눈발이 휘날리는 코보 센터 앞 인도에서는 100여명의 자동차업체 전·현직 근로자와 노동운동가들이 일자리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랭크 해머(Hammer)씨는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27%에 이른다"며 "일자리 확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GM의 예전 브랜드 전시장은 '전기차 거리'로 변해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 분위기는 '걱정 반(半) 기대 반'이다. 새로 발표된 차는 콘셉트카(실제 생산에 앞서 개발을 위해 만든 차)를 포함해 60여개로 작년(53개)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전체 면적 6만5000㎡(약 1만9600평)인 코보 센터는 개막 첫날에도 빈자리가 많았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아트에 인수된 크라이슬러는 신차가 한대도 없어 모(母)회사의 소형차 피아트500의 전기차 2대를 행사장 가운데 배치했다. 지난해 불참했던 닛산도 북미 시장에 시판할 예정인 전기차 리프 1개 차종만 달랑 내놓았다.
예전에 GM 브랜드였다가 없어진 사브·허머·새턴의 부스는 '전기차 거리'(electric avenue)로 바뀌었다. 이 전기차 거리에는 저속 전기차를 만드는 한국 업체인 CT&T,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전지 회사에 투자한 다우케미칼 등이 부스를 차렸다.
- ▲ 사진=연합뉴스
이번 모터쇼에서 바뀐 것은 '부스 주인'만이 아니었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자동차 업계의 실권을 쥔 에드워드 휘태커(Whitacre) GM이사회 의장, 세르지오 마르치오네(Marchionne) 피아트 최고경영자(CEO)가 언론으로부터 주빈(主賓) 대접을 받았다. 지난해 경제위기에도 판매를 늘린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의 존 크라프칙(Krafcik) 법인장과 데이브 주코브스키(Zuchowski) 판매 담당 부사장, 조엘 에워닉(Ewanick) 마케팅 담당 부사장 등 현대차 3인방은 판매 전망을 묻는 각국 언론의 질문에 하루 종일 시달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소형차와 친환경 차량의 바람이 거셌다. 포드는 아반떼 크기의 준중형 세단인 포커스를 공개했고, GM은 소형 콘셉트카인 그래나이트, 아베오 RS 등을 선보였다.
반면 지난해 미국 업체보다 선전했던 한국·독일·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차로 경쟁을 벌였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보다 차체 길이가 55㎝ 짧은 소형 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짐 렌츠(Lentz) 도요타 북미 영업 담당 사장은 "프리우스 외에 더 많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필요하다는 고객의 요구가 있다"며 "소형차급이 그 첫 생산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준중형급 하이브리드 모델을 공개했고, 현대차는 작년 서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카에 충전기능을 더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차) 콘셉트카 블루윌을 전시했다.
모터쇼 개막 첫날,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판매 계획을 발표한 업체는 총 14개였다. 윌리엄 포드 주니어 포드 이사회 의장은 제니퍼 그랜홀름(Granholm) 미시간 주지사와 함께 2012년까지 미시간 공장에서 차세대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한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현재 멕시코에 있던 배터리 공장도 미시간주로 옮겨오기로 했다. 폴크스바겐도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짓고 있는 공장 건설 영상을 보여주며 "우리가 10억달러를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영국인 기자 마틴 스콧(Scott)씨는 "실업률은 높고 경제 회복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폴크스바겐이 미국인 고용을 늘리는 회사라는 것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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