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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 중복투자 줄이고 성과따라 차등 지원을

화이트보스 2010. 2. 25. 20:39

경제자유구역 중복투자 줄이고 성과따라 차등 지원을
황해FEZ 사업비 93% 자체조달해야…아파트 먼저 지어 개발자금으로 써

◆ 위기의 경제자유구역 / ③ 부족한 재원 ◆

"경제자유구역(FEZ)의 운영상 책임을 지방에만 돌리려고 한다."

최근 FEZ를 중앙정부 직속 특별지자체로 변경하는 대안론이 터져나오자 한 인천시 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지방에 맡겼더니 잘 안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유도해 중앙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FEZ 개발이 더딘 데 대해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등장하는 문제 중 하나는 부족한 재정 지원이다.

2020년까지 6개 FEZ에 투입될 자금은 총 65조9362억원. 이 중 60%가량인 39조6557억원을 6개 경제자유구역청이 민자나 외자 유치를 통해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나중에 지정된 FEZ일수록 더 암울하다. 2008년 문을 연 황해 경제자유구역청은 전체 예산의 93%, 새만금ㆍ군산구역청은 82%, 대구ㆍ경북구역청은 63%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황해 FEZ(아산, 평택 일원)가 지정된 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러한 재정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면 (경제자유구역을)따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이는 민자와 외국인투자 비중을 높게 잡은 지역이 FEZ로 지정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예산 부족의 한계로 인해 FEZ마다 아파트 개발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 지원도 적고, 외자 유치도 안되는 등 뾰족한 자금원이 없는 상황에서 각 FEZ는 내국인 아파트 분양 등을 통해 개발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상은 국회의원(한나라당)은 "FEZ가 전국적으로 6개나 되다 보니 세제 인센티브, 정부 재정 지원도 빈약하다"며 "돈 없는 지자체가 떠맡아 아파트를 지은 뒤 그 잉여금으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력면에서 사실상 보통법이 돼버린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을 개선해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 FEZ의 추가 지정 논의를 중단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FEZ가 추가 지정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재정 지원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6개 FEZ 간 기능 중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6개 FEZ 중 4곳이 물류거점 및 관광레저를 지향하고 있다. 환황해권 거점(황해), 동아시아 허브(새만금ㆍ군산), 동북아시아 경제허브(인천) 등의 구호처럼 표현만 다를 뿐 목표가 사실상 동일한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이들 3개 FEZ는 서해안에 집중돼 있어 외국자본 시각에서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국고 지원이 어렵다면 FEZ 간 기능 중복과 비효율적 투자를 줄여 예산 낭비를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6개 FEZ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정한 무대를 만들어주고 성과에 따라 재정 지원을 차등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FEZ는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등 지원을 실행하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는 경제자유구역청장에게 독립된 권한을 부여하되 구역청장 간 경쟁체제를 도입해 일반 공공기관장처럼 매년 사업성과를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다.

FEZ 간 경쟁 풍토를 만들어야 성과 있는 곳에 보다 많은 자금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송도를 규제자유지역으로"

인프라 합격점…이젠 질적 성장기반 갖출때

= 전국 6개 FEZ 가운데 인천 송도지구는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항, 항만, 서울 인접 등 지리적 이점에다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송도는 지난해 세계도시축전과 세계도시물포럼, 세계환경포럼, 세계한상대회 등을 개최하며 주목받았다.

올해 G20 재무차관회의,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예정돼 있어 `송도 세일즈`는 탄탄대로다.

송도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요인은 인프라스트럭처다.

인천 FEZ는 반경 5㎞ 내에 비즈니스, 첨단산업, 의료, 관광, 레저 등이 가능한 `콤팩트시티`이자 IT가 적용된 `스마트시티`, 넓은 녹지율(32%)을 자랑하는 `그린시티`로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 인천대교가 지난해 완공돼 인천공항이 20분 거리로 가까워졌고, 인천지하철 송도 연장선도 개통됐다. 국내 최초로 국제학교와 해외 대학이 공동으로 사용할 글로벌 캠퍼스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질적인 성장 기반을 갖춰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