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e북… 신문 콘텐츠의 또다른 무기"
온라인 고급 뉴스 유료화도 이제 세계적 흐름
이상기 부경대 교수 발표
킨들·아이패드 등 뉴스 유통 수단 다양해져
신문, '모바일 미디어' 변신
WSJ 홈피 유료회원 35만명 NYT·인민일보 곧 유료화
신문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앞으로 태블릿PC·스마트폰·전자책(e북) 단말기와 같은 전자기기와 결합해 새로운 저널리즘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11일 열린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의 제3주제 '미디어시장의 다원화와 신문의 미래 생존 전략' 토론회에서 김사승 숭실대 교수는 "스마트폰, 전자책(e북) 등 신문 산업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영역이 새로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뉴스는 사람들에게 숨을 쉬듯 필요한 콘텐츠"라며 "신문사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적합한 뉴스 콘텐츠를 얼마나 제대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신문사가 미디어 시장의 가장 주요한 콘텐츠인 '뉴스(News)' 제작에 더욱 집중해 좋은 뉴스 콘텐츠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서 유통시킬 경우, 강력한 미디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이다.
◆신문이 모바일과 결합해 '콘텐츠가 왕(Contents is King)' 시대 열어야
이상기 부경대 교수는 '미디어 시장의 다원화와 신문기업 수익모델 다각화 방안' 주제 발표를 통해 "신문의 자본이나 인력 규모는 미래의 경쟁자 통신·게임·방송 등과 비교해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뉴스 생산 과정에서 축적시켜온 사회적 네트워크의 힘은 그 어느 미디어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 환경과 기술의 급속한 변화가 꼭 신문 산업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것. 특히 아마존의 '킨들(Kindle·전자책 단말기)'과 미국 애플의 '아이패드(iPad·태블릿PC)'의 등장에 주목했다. 킨들은 출시 2년 만에 250만대(업계 추정)가 팔리며 지난해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최고 IT 제품 1위에 올랐다. 아이패드는 올해 전세계 IT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제품이다. 이런 혁신 제품의 공통점은 신문의 뉴스를 유통시킬 능력을 갖췄다는 대목이다.
- ▲ 그래픽=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이 교수는 "일부 신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사는 만성적인 적자 혹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신문은 좀비(움직이는 시체)산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도적인 신문 기업들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감량 경영과 같은 수세적 전략보다 수익 다변화와 같은 공세적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고종원 조선일보 기획팀장은 "이제는 신문사도 테크놀로지 기업처럼 점차 기술적인 속성이 강해져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기 위해 4~5년씩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한다"며 "그런 역량을 갖춘다면 콘텐츠가 시장의 킹(King)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저널리즘은 '공짜'가 아니라 상당한 금액 가치가 있는 고급 콘텐츠
토론자들은 신문 산업이 넘어야 할 장벽으로 '모바일·온라인에서 뉴스는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꼽았다. 이 교수는 "검색업체들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면서 정작 콘텐츠 생산자인 뉴스 기업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데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신문사들이 직접 유료화에 나서 성과도 올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35만명 이상(작년 9월 말 기준), 킨들에서 2만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뉴욕타임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 중국의 인민일보 등 전세계 주요 신문들이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 방침을 밝히며, 온라인 뉴스 유료화는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유료화는 철저히 준비해 추진해야 한다는 게 토론자들의 견해다. 스페인의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는 2002년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했지만, 경쟁지인 엘 문도(El Mundo)가 무료화 정책으로 이용자를 늘려나가는 바람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