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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파상공세에 고개숙인 의약계

화이트보스 2010. 3. 18. 17:46

리베이트 파상공세에 고개숙인 의약계

연합뉴스 | 입력 2010.03.18 12:03 | 수정 2010.03.18 12:52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광주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에 대해 전방위에 걸쳐 파상공세를 펴면서 의약품 유통시장이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저가구매 인센티브)'라는 새로운 약가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와 아울러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나 약사도 처벌토록 하는 등의 리베이트 근절책도 발표한 상태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병원 리베이트 적발 외에도 보건복지가족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세청, 검찰, 경찰도 제약사, 외국계 기업, 도매상 등을 상대로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된 조사나 수사를 진행중이다.

전방위에 걸친 정부당국의 `리베이트 강공'에 병원이나 약국, 제약사들은 일단 움츠러드는 모습과 함께 자정노력을 보이면서 정부의 정책의지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광범위한 의약품 뒷돈 관행 = 현재 새로 출시되는 복제약 가격의 20∼30%는 리베이트로 건네진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동네의원에서 한 달 동안 1천원짜리 약을 1천정 처방했다면 약사에게 20만∼30만원이 리베이트로 건네진다.

경쟁이 치열한 제품의 경우 초기에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첫 납품후 3~6개월 동안 처방금액 전액을 병의원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이 걸리기도 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는 처방금액의 일정 비율 외에 첫 처방의 대가로 '랜딩비'가 제공된다. 대형병원의 처방 목록에 들어가면 인근 다른 의료기관 처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처방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신제품 설명회를 겸한 학술행사나 부작용 조사 참가 등을 명목으로 병의원에 금품을 제공하거나 특별한 조건 없이 각종 병원 장비를 후원하는 방식도 자주 이용된다.

이번에 공정위가 적발한 사례도 대형종합병원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 건물신축, 부지매입 등의 명목으로 제약사에 기부금을 제공토록 한 것이었다.

이런 의약품 리베이트 규모는 연간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베이트 수수관행에 따라 제약사간 영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약업계의 판매관리비 비중이 39.2%로 일반 제조업(12%)보다 3배 이상이나 높아지는 등 의약품 유통시장의 왜곡을 초래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그간 리베이트에 의한 의약품 사용과 거래가 만연해있지만 이를 처벌할 근거가 부족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리베이트 거래로 행정처분이 내려진 건수는 6건에 불과했다.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키로 = 이에 따라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 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도 쌍벌죄로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구매하는 과정에서 제약사나 도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것이다.

리베이트 금액이나 위반횟수에 따라 자격정지 기간도 현행 2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늘어나며 2차례 이상 적발된 리베이트 의약품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도 제외된다.

복지부는 또 리베이트 수수사실을 신고해 확인되면 최대 3억원까지 지급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도 새로 도입하고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제약사나 병·의원, 약국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도 의뢰할 방침이다.

리베이트 처벌 강화방안은 현재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상태로 이르면 내년 중 시행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야당 의원들이 리베이트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여당내에서도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국회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한다는 계획만 세워놨을 뿐 국회에 우선 처리를 요청하지도 않은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으로 리베이트가 음성화되고 고가약 처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 또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영남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대형병원 약품 공개입찰에서 '유찰 도미노'가 일어나는 등 벌써부터 새 약값제도에 대한 조직적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이는 정부 정책을 전혀 수긍치 못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라며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로 인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환자에게 불똥이 튈 것이라는 주장에 복지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