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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英雄을 갖고 싶다

화이트보스 2010. 3. 22. 10:27

우리도 英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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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21 21:58 / 수정 : 2010.03.21 23:09

이동한 사회부장
6·25전쟁 영웅 백선엽(白善燁) 장군(예비역 육군대장)을 명예원수로 추대하려던 국방부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미 무산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군 인사 관련 규정을 고쳐야 하는 데다 일부 예비역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작년부터 6·25전쟁 6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군 최초의 명예원수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당초에는 백 장군을 원수(元帥)로 추대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현행법에 '전시(戰時)에 현역 대장을 국무회의 의결 및 국회 동의를 거쳐 원수로 임명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명예원수'로 방향을 돌렸다고 한다.

백선엽 장군이 6·25전쟁 때 다부동(多富洞)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백척간두에 선 나라를 구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군의 첫 육군대장이며, 32세에 최연소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올랐다. 북진(北進) 때는 처음으로 평양에 입성했다.

예비역 장군들을 중심으로 백 장군을 명예원수로 추대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의 전공(戰功)을 따지면 명예원수 추대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방부는 6·25전쟁 60주년 기념일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변했다.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근거 규정을 만드는 데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원수에 대한 규정이 군(軍) 인사법에 있으므로, 최소한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에 명예원수에 대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적인' 이유보다는 일부 예비역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가장 큰 이유로 전해진다. 명예원수 추대 계획이 알려지고 나서 일부 군 원로들이 국방부 장관을 찾아가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바람에 계획이 보류됐다는 것이다. "백 장군이 6·25전쟁을 마치 혼자 다 한 것처럼 돼 있는데 부하 장병의 공도 크다. 또한 실패와 잘못도 적지 않다"는 논지를 폈다고 한다. 또 공군이나 해군에서도 자군(自軍)의 영웅들을 명예원수로 추대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뜻한 바와 달리 본인에게 누(累)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일부 작용했다고 한다. 좌파 등이 일제히 '흠집 내기'에 나설 경우 봉변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백 장군이 일제 강점기에 만주군 육군 중위로 근무했다는 이유로 작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이름이 올라 한 차례 곤욕을 치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다른 이유들은 그냥 대는 핑계로 보인다. 국방부를 주춤하게 한 건 다른 예비역 장성들의 반발인 것 같다. 하지만 3년 이상 계속돼 아군 사상자만 100만명 이상에 달하는 전쟁에서 한 점 과오(過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백 장군에게도 허물이나 잘못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공과(功過)의 비중을 따져 평가하는 게 올바르다. 백 장군의 경우 명명백백히 공(功)이 과(過)를 누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백 장군의 명예원수 추대가 한 사람만의 명예를 높이는 일은 아니다. 6·25전쟁에 참전한 대한민국 국군 전체의 명예와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다. 또한 명예원수를 1명으로 제한할 이유도 없다. 예비역 대장 가운데 전공이 혁혁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추가로 명예원수로 추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영웅 만들기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