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 추모단, 첫 중국당국 승인 얻어
안중근기념사업회 남북 공동 추모식 거행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26일 안 의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서 거행된 안 의사 추모식은 여러모로 뜻깊은 행사였다.우선 안 의사의 사형이 집행됐던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뤼순 감옥 안 의사 추모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위원장 박 진) 추모단의 추모식은 중국 당국의 공식 승인을 얻은 최초의 안 의사 추모식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중국 당국은 외통위 추모단이 24-26일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적 현장인 하얼빈(哈爾濱) 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집회’를 승인했으며 이날 뤼순 감옥 내 추모행사도 공식 허용했다.
중국 당국은 또 하얼빈 역 내 안 의사 의거 현장을 일시적으로 통제했다. 안 의사 저격 장소임을 알리고 안 의사 순국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통제 사유 안내문도 내걸었다.
26일 뤼순 감옥에서 거행된 추모식에는 수십여명의 안내원들을 배치시켜 한국의 ’귀빈’들을 깍듯이 예우했다.
이런 ’극진한 대우’는 종전 중국 당국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안 의사 의거 장소를 기념할 만한 표지를 세우라는 우리 당국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그동안 하얼빈 역사 내에 안 의사의 저격 지점과 이토 히로부미가 저격당한 지점의 바닥에 조그만 삼각형 표시만 해 놓는 등 안 의사가 부각되는 것을 지극히 꺼려왔다.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 각종 단체가 안 의사 의거 현장인 하얼빈 역이나 순국 장소인 뤼순(旅順) 감옥 등을 방문해 기념행사를 열었지만 중국 당국의 공식 허가가 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한국 방문단은 비공식 기념행사를 열거나 탐방 형식으로 안 의사의 얼을 기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한 이후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했던 중국 당국은 안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행사를 모두 불허했다.
이 바람에 이 행사는 우리 당국 관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간단체들의 ’비공식 행사’로 치러졌다.
광복회 등이 지난해 10월 뤼순 감옥에 설치한 안 의사 추모관과 국제 항일열사 기념관 개관식 역시 중국 당국의 묵인하에 ’개인 참관’ 형식으로 진행됐을 뿐 공식 행사는 아니었다.
- ▲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안 의사가 순국한 중국 뤼순감옥에서 추모식에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추모단이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형근 총영사는 “그동안 안 의사 추모행사는 중국 당국이 묵인하거나 우리 당국이 통보하고 양해를 구하는 형태였다”며 “중앙정부가 하얼빈 역 방문을 공식 허용하고 한시적이나마 의거 장소인 플랫폼을 통제한 것, 뤼순 감옥에서의 공식적인 추모행사를 허가한 것 모두 처음 있는 파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중 우호 관계 개선에 중국 당국이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박 진 위원장도 “중국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아 중국에서 안 의사 추모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동양평화를 주창했던 안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 한.중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키자”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개최한 추모식은 뤼순 감옥에서 열린 최초의 남북 공동 안 의사 추모행사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논의한 끝에 이뤄진 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 인사 90명과 북한 측 장재언 조선종교인연합회장 등 6명이 함께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우리의 통일은 소원’을 노래하며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을 이어 통일을 앞당길 것을 다짐했다.
함 신부는 “북한도 안 의사의 애국정신과 동양평화사상을 숭고하게 기리는 만큼 안 의사는 남북한을 연결하는 중요한 정신적 고리”라며 “남북한이 안 의사 얼을 기리고 그의 사상을 연구 발전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