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만명 삶의 젖줄 50년만에 수심 최저기록
"상류에 건설한 댐 때문" 하류 5개국, 中 성토 나서
내달 6개국 정상회의
샘물이 마르고 강물이 실핏줄처럼 가늘게 변하자 인심이 고약해졌다. 하류 사람들은 "상류에서 댐을 건설하고 물을 내려 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상류에선 "100년 만의 가뭄 탓이지 댐 때문이 아니다"고 변명한다.메콩(Mekong)강 얘기다. 중국의 티베트자치구에서 발원한 메콩강은 중국 남부의 윈난(雲南)성과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6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총길이 4880㎞, 유역 면적 81만㎢인 세계 6번째로 큰 강이다. 메콩강에 의지해 6개국 농·어민 등 6500만명이 살아간다.
그런 메콩강 유역이 세계적인 물 분쟁지역으로 떠올랐다고 홍콩 경제일보가 28일 보도했다. 메콩강 중류의 태국 치앙라이(Chiang Rai) 부근 수심은 50년 만에 최저인 36~38㎝로 뚝 떨어졌다. 폭 1~2㎞의 메콩강은 대부분 강바닥을 드러냈고 드넓은 백사장 사이로 소량의 물만 흐른다. 고기잡이 배나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유람선들은 강변에 묶여 있다.
갈수(渴水) 원인을 두고 하류 사람들은 중국을 탓한다. 메콩강 상류의 중국식 이름인 란창강(瀾滄江)에는 이미 3개의 댐이 가동 중이고, 올 가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92m의 샤오완(小灣)댐을 완공할 예정이다.
메콩강 보호단체인 '메콩 사랑'의 지도자 니왓(Niwat) 로이캐우씨는 "메콩강은 6개국 모두의 강인데도 중국은 하류 국가들과 사전 협의 없이 마음대로 댐을 만들고 이제는 물도 내려 보내지 않는다. 중국 때문에 우리는 젖줄을 잃고 있다"고 비난했다.
- ▲ 태국 농카이주 무앙 지방의 메마른 메콩 강변에서 어부가 그물을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292m 높이의 샤오완댐 하나만 가동돼도 동남아 모든 댐들의 담수량을 합한 것보다 많기 때문에 메콩강 하류의 수량과 유속, 수질, 생태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냈다.
상황이 악화되자 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4개국으로 구성된 '메콩강위원회(MRC)'는 '메콩강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오는 4월 2일부터 4일간 태국 후아힌(Hua Hin)에서 열린다. MRC는 이례적으로 중국과 미얀마 정상들도 초청했고 중국도 "참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상 최초의 '메콩강 6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메콩강 정상회의는 하류 5개국 정상들이 일방적으로 중국 대표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