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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하나 풀었더니 제주경제 확 풀렸네

화이트보스 2010. 4. 6. 18:19

규제 하나 풀었더니 제주경제 확 풀렸네
 
2010-04-06 03:00 2010-04-06 07:56 여성 | 남성
■ 저가항공 취항 허용 4년… 관광객 몰려 브레이크 없는 활황

365일 성수기
내국인 방문객 4년새 28% 급증
평일에도 여객기-골프장 ‘만원’

그래도 못푸는 긴장

바가지 심하다는 인식 깨야”
음식점-숙소 가격인하 유도




평일에도 줄지어 선 골프백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오라 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앞. 평일인 이날 골프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갖고 온 골프백들이 거치대에 줄지어 세워져 있다. 제주=나성엽 기자
요즘 제주도에서는 ‘비수기’라는 말이 사라졌다. 1년 365일이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7C0111 편에는 빈 좌석이 하나도 없었다. 이날 오후 제주 제주시 연동의 골프장 ‘오라 컨트리클럽’. 평일인데도 클럽하우스 앞에는 골프백 100여 개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 로비는 여름 휴가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투숙객으로 붐볐다. 호텔 측은 “호화 객실 몇 개를 빼고는 빈 방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저비용항공(LCC·Low Cost Carrier)’의 제주 취항이 잇따르면서 해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제주 지역의 경기도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내국인 제주도 방문객은 2003∼2005년 연간 460만 명 수준이었으나 2006년 485만2638명, 2008년 528만1501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589만1584명으로 증가했다. 관광수입도 2005년 1조7202억 원에서 2006년 1조8468억 원, 2008년 2조3736억 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조8282억 원으로 2006년 이후 해마다 10∼20%씩 증가했다.

○ 규제완화가 선물한 호황



이처럼 2006년 이후 제주 관광객과 관광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제주도민들의 노력도 있지만 저가 항공사 취항에 따른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항공산업 규제완화가 제주지역 경제에 큰 선물을 준 것이다.

2006년 6월 제주항공이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한 것을 시작으로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이 출자한 에어부산, 전라북도에 기반을 둔 이스타항공 등이 잇따라 제주에 취항했다. 적자 노선이라는 이유로 요금을 올리기만 했던 선발주자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제주행 티켓 가격이 떨어지자 요금을 동결하고 좌석 수를 늘렸다. 관광객들로서는 제주도에 가는 비용이 줄어들고 여행하기도 한결 편해진 것이다.

제주 방문객 증가는 제주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에는 제주 숙박업체들이 성수기와 비수기 요금을 따로 적용했지만 지난해를 전후해 비수기 요금이 대부분 사라졌다. 여행사들에 판매하는 이른바 ‘여행사 입금가’도 올랐다. 여행사 입금가란 숙박업체가 여행사에 대량으로 판매할 때 적용하는 숙박가격. 제주 한화리조트는 3월 1일자로 여행사 입금가를 1박당 5000원씩 인상했다.

재배 작물을 바꾸는 농민도 생겼다. 제주시 한경면에서 ‘동산농원’을 경영하는 김태하 씨(51)는 원래 꽃을 재배해 서울에 내다 팔았으나 2008년부터 관광객들을 상대로 딸기 따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하루 평균 100명가량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방문객이 너무 많을 때는 인근 농장을 소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였던 이정미 씨(37)는 ‘관광객이 넘쳐나 뭐든지 하면 성공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해 8월 제주시 이도동 동문재래시장에 과일가게를 열었다. 이 씨는 “각종 비용을 빼고도 월 300만 원 이상씩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 ‘다시 찾고 싶은 제주’로 변화

전례 없는 호황이지만 제주 현지 업체와 도민들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평소 투자처가 많지 않아 ‘한 업종이 호황을 누린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투자에 나서 업종 전체의 매출은 늘어도 업체별 매출은 줄어드는 일이 잦다.

실제로 제주도내 27개 골프장 중 15개가 저가항공사 취항 논의가 시작된 2005년 이후 5년 사이에 신설됐다. 오라 컨트리클럽 박용남 골프운영팀장은 “작년에는 신종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도내 모든 골프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올 들어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도는 지금의 호황에 만족하지 않고 ‘관광진흥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바가지가 심하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도내 음식점과 숙박업소 등 1만291곳 중 값을 비싸게 받아온 1438곳을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도 했다.

방문객을 더욱 늘리고 관광계층을 다양화하기 위해 대형 크루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도 건설 중이다. 제주시 건입동 제주외항 2단계 항만시설 축조 공사 현장에서는 길이 1.5km짜리 대형 방파제가 완공돼 전기공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2013년부터는 최대 12만 t급 크루즈 여객선이 제주항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대림산업 이병철 현장총무는 “방파제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도록 산책로와 각종 미술품, 화려한 야간조명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나성엽 기자 cpu@donga.com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