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틴 숲의 비극은 70년이 지나서도 끝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독일과 비밀협정을 맺고 폴란드에 쳐들어간 옛 소련의 비밀경찰(NKVD)은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산림지역인 카틴 숲에서 폴란드의 사회지도층 인사 2만2000여 명을 처형해 암매장했다. 학살의 주동자인 스탈린은 “폴란드가 독립국으로 일어설 수 없도록 폴란드 엘리트의 씨를 말릴 것”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살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으나 3년이 지난 1943년 나치 독일이 카틴 숲에서 4100구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영국 런던에 있던 폴란드 망명정부의 총리인 블라디슬라프 시코르스키 장군은 국제적십자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코르스키 장군은 그해 지브롤터 상공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당시 영국 공군은 그가 탑승했던 항공기가 정비결함으로 추락한 것이라고 결론지었으나 폴란드에선 소련 비밀조직의 암살음모에 의해 희생됐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은 10일 체코 CT24 방송에 출연해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의 비극은 수십 년 전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시코르스키 장군의 의문의 죽음을 다시 기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