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광고비 조작, 수백만원 지대 충당

화이트보스 2010. 4. 12. 10:45

광고비 조작, 수백만원 지대 충당
검찰에 무더기 소환된 여수지역 기자들 속사정
2010년 04월 07일 (수) 15:02:42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여수산단 출입기자들이 광고비 일부를 빼돌렸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광주·전남 한 지방 일간지에 실린 여수산단 홍보광고.  
 
40여명 조사 일부 횡령 포착된 듯…기자사회 ‘찬바람’


검찰이 여수지역 기자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부 기자들이 여수산단 광고비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포착하고 올 들어 3월까지 기자 40여 명을 소환조사했다. 여수산단 출입기자들이 지방일간지, 전국일간지, 방송·통신사, 주간지, 인터넷 신문 등을 합해 45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가 조사를 받은 셈이다.

한 지역에서 기자들이 무더기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수사가 끝나면 상당수 기자들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김회재 차장검사는 5일 본보와 통화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언제 끝날지, 어디까지 진행될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고소·고발 사건이 단초
여수지역 기자들에 따르면 이 사건은 검찰이 여수지역 한 아파트 주민자치위원회가 연루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신문 여수지역주재기자 B씨의 계좌에서 뭉칫돈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돈의 출처가 여수산단 입주업체 대표자 모임인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라는 데 주목하고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가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광고비 명목으로 B씨의 계좌에 일정액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B씨가 광고비 가운데 상당액을 본사로 입금하지 않고 중간에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에서 정기적으로 광고를 받은 여수산단 출입 기자들이 B씨와 같은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방송사와 일부 중앙지를 제외한 대부분 기자들이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를 받은 한 기자는 “산단 입주업체에 광고를 강요한 적이 있는지, 본사에 광고비 전액을 입금하지 않았으면서 입금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5년간 산단 광고비 집행내역 조사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는 홍보 명목으로 1년에 두 차례(1월1일, 창간기념일 등) 신문에 광고를 낸다. 공장장협의회는 신문사를 A·B·C·D 네 등급으로 나눠 한번에 1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씩 집행했다. 여수산단이 이런 방식으로 집행하는 광고 예산은 1년에 약 3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선상에서 빠진 기자를 제외해도 기자 1인당 1년 평균 700만원 안팎이다. 일반적으로 광고는 본사 광고국이 업체와 광고 수주 계약을 체결해 이뤄지지만 여수시와 같은 지역의 경우 기자들이 직접 담당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기자들이 광고를 수주해 일정액만 본사로 입금하고 나머지는 지사 운영비 등으로 써버린 것이다.

예컨대 광고비로 50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200만원을 본사로 입금하고 500만원을 입금한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300만원을 챙겼다. 검찰은 이 부분을 횡령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문에 광고를 낸 것처럼 조작하고 광고비 전액을 챙긴 기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5년간 여수산단공장장협의회 광고비 집행 내역과 기자들의 입출금 통장, 본사 광고국 통장 사본을 제출받아 대조 작업을 벌인 뒤 산단 관계자, 기자, 지역일간지 광고국장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주재기자 시스템의 모순”
지역주재기자들은 매달 본사에 의무적으로 지대(紙貸)를 내야 한다. 본사에서 할당받은 일정 부수의 신문을 돈으로 환산해서 보전하는 것으로, 회사마다 다르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문 구독료만으로 지대를 맞출 수는 없어 대다수 기자들은 자신의 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은 자신이 수주한 광고에서 일정액을 따로 떼어 지대로 돌려썼고, 회사도 일정 부분 이를 묵인해왔다. 지대 일부를 광고로 벌충해왔던 셈으로, 이런 시스템은 주재기자제도를 운영하는 전국 신문사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한 지역기자는 “자기 호주머니 돈으로 지대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산단 광고 일부를 지대를 보전하는 데 썼다”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현 시스템에서 정상적으로 주재기자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