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공원 흙에서만 놀아도 A형간염 예방

화이트보스 2010. 4. 14. 12:02

"콘크리트 숲에 싸인 애들… 흙장난이라도 시켜야"

면역력 갈수록 약해져… 공원 흙에서만 놀아도 A형간염 예방
    • 김맑아

    조선일보 2010-04-14   HTA   [A26면]

    요즘 아이들은 옛날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데 면역력이 약해 병에 잘 걸리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불안장애 등 정서적인 문제도 흔하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주거 환경을 이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아파트에서 태어나 흙 한 번 밟아보지 않고 크는 아이는 몸과 마음이 '튼튼하게' 자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상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아파트에서 살 수밖에 없으면 주위 환경을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어린이의 심신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공원에서 흙장난하면 A형간염 예방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주거 환경에 가장 민감한 질환이 아토피성 피부염이다. 삼성서울병원 환경성질환연구센터 연구팀이 2008년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 16명을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해 꾸민 전용 병실에 3~5일 입원시켰더니 증상이 20% 정도 완화됐다. 이상일 교수는 "하지만 아토피가 있다고 자녀를 무조건 병원에 입원시킬 수는 없다. 아토피 증상은 주거 환경만 바꿔도 완화되므로 친환경 벽지를 사용하고 실내 공기를 수시로 환기하자. 집 근처에 숲 공원 호수 등이 있어서 공기가 깨끗한 지역에 살면 아토피 개선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요즘 급증하고 있는 A형간염도 '지나치게 깨끗하기만 한' 콘크리트 주거 환경의 영향이 크다. 어릴 때 맨땅에서 뒹굴고 흙장난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면역력을 기르지 못한 사람들이 A형간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배기수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시로 자녀를 야외에 데리고 나가 자연을 접하게 하면 면역력이 길러져 청소년기 이후 피부병 호흡기질환 등에 덜 걸린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숲에선 좌뇌·우뇌 균형 발달 어려워

    자연환경을 끼고 있는 주거 환경은 성장기 좌뇌와 우뇌의 균형 있는 발달에도 도움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는 "뇌는 주변 환경의 자극을 받으며 발달한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와 상가 단지가 이어진 환경에서 자라면 뇌가 다양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며 "공원을 끼고 있거나 최소한 아파트 단지의 조경이라도 철 따라 변하도록 꾸며 놓은 곳에 사는 게 자녀의 건강한 정신적 성장에 필요하다. 자연은 다양한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의 각 영역이 골고루 발달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빽빽한 콘크리트 숲은 자녀의 심신 건강 모두에 나쁜 영향을 준다.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밀집된 공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생활 소음은 자녀의 오감을 과도하게 자극해 신체를 지속적인 흥분 상태로 만든다. 이 상태가 누적되면 주의가 산만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곽경숙 원광대 가정교육과 교수가 중학생 430명을 대상으로 집 주변 공기의 질·동네의 청결 상태·놀이공간의 유무 등이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친환경적 주거 환경에서 사는 아동의 인성은 나쁜 환경의 아동보다 평균 5점 정도 높게 나타났다.

    집안은 푸른색 계열로 꾸며야

    유한익 교수는 "집 주변의 자연환경 못지않게 집안 환경도 아동의 심리적 건강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깥에서 뛰어놀면 심리적으로 흥분 상태가 되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들뜬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성격이 산만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흔히 아이가 있는 집은 온갖 액세서리를 사용해 화려하게 꾸며주는데, 집안 환경은 차분하고 단순해야 한다. 벽지도 어린이가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원색 계열은 삼가고 부드러운 청색 계열을 위주로 바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래픽] 주거 환경에 따른 아동의 정신적 안정성 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