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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이 民에 배워야할 위기관리

화이트보스 2010. 4. 21. 10:58

에 배워야할 위기관리

 
2010-04-20 20:00 2010-04-21 03:05 여성 | 남성



천안함 사건을 수습하면서 우리 군은 실수도 많이 했다. 가장 큰 것이 거짓 발표다. 사건발생시간을 오후 9시 15분으로 쓴 상황일지가 공개되자 군은 군에서 쓰는 양식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것이 군에서 작성된 일지이며, 다만 발생시점이 잘못 기재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함체인양 현장지휘관이 함미를 침몰위치에서 수심이 얕은 해역으로 옮기면서 합참과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정황과 증언이 이어지는데도 군은 계속 “사전 보고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기밀편의주의로 신뢰 잃은 군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군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항상 적에게 정보를 숨겨야 한다는 보안의식이 잘못 발동된 탓일 것이다. 또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관련 정보를 감추고 보는 기밀편의주의도 작동했을 것이다.

한번 신뢰를 잃고 나니 유언비어가 더욱 기승을 부렸고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조차 휘둘리게 됐다. 여기서 헤어나기 위한 해명과정에서 해군의 전력과 작전, 북한 군사동향에 대한 탐지체계와 능력, 통신용어와 의사결정시스템 등 ‘진짜 기밀’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서해의 작전계획을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이즈음 위기대응이 존재 이유인 군에 그에 맞는 역량이 있나, 이런 군에 안보를 맡길 수 있나 하는 불안감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실패는 국가최고의 위기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에서의 실패가 아니다. 군은 크게는 작전계획에서 작게는 교전규칙에까지 다양한 차원의 위기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위기대응 시나리오가 가장 정교한 조직이며, 끊임없는 반복훈련을 통해 이를 숙지하는 집단이다. 사건의 원인과 경과가 규명된 후에라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에서 보고체계 이외엔 치명적 허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중대한 실수가 발생한 곳은 국민과 만나는 접면에서였다. 대국민 소통과 설득, 신뢰 확보에서의 위기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략이나 준비가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뻔한 거짓말하다 들통 나는’ 초보 수준의 실패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미국 같은 나라는 다르다. 지구촌 곳곳에서 숱한 전쟁을 해왔으며 지금도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에서 전쟁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정치의제이며, 선거 때마다 핵심이슈다. 개전 확전 철군은 군사적으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모병제여서 이미지 관리를 잘못하면 군의 유지조차 불가능하다. 대국민 소통은 군사력 유지와 국방임무 수행의 최우선적 전제다.

반면 한국에서는 안보 문제에 대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국론이 모아져 있다. 추가적인 설득 노력의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에 ‘대국민 소통’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과 국민은 대응방법이 다르다


이런 종류의 위기대응, 신뢰관리에는 기업이 능하다.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기업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기업은 위기의 인지-제어-해결에서부터 위기상황에서의 리더십과 현장관리, 나아가 언론 다루기에 이르기까지 이 분야에서 풍부하고 정교한 이론을 가지고 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도 두텁게 축적돼 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위기관리의 1계명은 ‘어떤 상황에도 거짓말하지 말라’이다. 군사보안은 지켜져야 하지만 국민을 대할 때는 은폐-기만의 대상인 적()과는 대응방법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 국민은 국방서비스의 최종수요자이며 군의 궁극적 존립근거다. 신뢰 잃은 군은 물 떠난 고기다. 이와 관련해 군이 왜 대언론 브리핑을 현장재량권이 충분치 않은 합참 정보작전처장(준장)에게 맡기고 있는지 못내 궁금하다. 이번 일로 군도 외적() 대응뿐 아니라 대국민 소통, 위기상황에서의 군 내부 관리 등에 대해서도 고심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허승호 편집국 부국장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