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門간 '죽기살기식' 선거戰이 화근… '부부군수' '형제군수' 當落 반복하며 갈등
낙선땐 소송전 비화… "창피해서 못살겠다" 주민, 공명선거 활동
"군수들 때문에 창피해서 못살겠어요. 이사를 갈 수도 없고…."전완준(51) 전남 화순군수가 27일 구속되자 지역 주민들은 탄식 같은 한숨을 내뱉었다. 현직 군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것이 벌써 세 번째. 불구속 기소됐다가 최종심에서 선고유예 처분을 받은 민선 1·2기의 임흥락 전(前) 군수를 포함하면 네 번째다. 민선 이후 5명의 군수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찰과 법원을 드나들었다.
혐의는 모두 선거법 위반이다. 민선 3기 임호경(58) 전(前) 군수는 2002년 취임 한 달도 안 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확정받아 군수직을 잃었다. 2006년에는 전완준 군수의 형 전형준(54) 전(前) 군수가 취임 한 달여 만에 당원 2000여명의 당비를 대신 납부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검찰에 구속돼 군수직을 사임했다.
형을 이어 동생이 군수에 당선돼 '형제군수'라는 별칭을 얻은 이들은 끝내 '사상 첫 형제군수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더구나 화순군의회 의장을 지낸 맏형(65)도 작년 공무원 채용과 사업 인허가 비리로 구속돼 4년 새 3형제가 구속되는 수난을 겪었다.
화순(和順)에서 이처럼 불상사가 잇따르는 이유는 뭘까.
"선거 때만 되면 지역 전체가 공포 분위기로 변합니다. '협박정치'라 해야 할 정도예요. 내편 네편으로 나뉘어 '죽기살기식' 싸움을 벌이는 패거리 정치 때문입니다." 화순지역 한 민주당 간부는 "'도와달라 해서 거절하면 적(敵)'이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선거철이 되면 주민들은 매번 가슴앓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군수 선거가 '사생결단'의 대결로 치닫는 것은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쌓인 기묘한 인연과 해묵은 갈등 탓이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낙마한 남편(임호경 전 군수)의 뒤를 이어 2004년 이영남(54) 전(前) 군수가 보궐선거에 당선돼 첫 '부부군수'로 화제를 모았다. 2년 뒤 5·31지방선거에서는 재선에 도전한 이 전 군수를 누르고 전형준 전(前) 군수가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두 달도 안 돼 구속돼 사직했고, 이어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동생 전완준 군수가 당선, 이번에는 '형제군수'로 등장했다. 이들 '부부군수'와 '형제군수' 가문은 2006년 선거에서 맞붙은 뒤 '숙명의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한판 대결을 예고해왔다.
첫 대결에선 당시 현직이던 '아내 군수(이영남)'가 '형 군수(전형준)'에 패했다. 이번에는 '남편 군수(임호경)'가 피선거권을 회복, 무소속으로 현직 '동생 군수(전완준)'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임 전 군수는 작년 전완준 군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법정싸움을 벌였고, 최근에는 전형준 전(前) 군수의 이른바 '돈선거 발언' 녹음을 둘러싸고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등 양 가문의 갈등이 증폭돼왔다.
하지만 전 군수의 구속으로 이들의 대결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해졌다. 전 군수는 얼마 전 치러진 민주당 화순군수 후보경선에서 큰 표차로 선출됐으나, 이번 일로 공천받기 어렵게 됐다. 당은 다른 인물을 전략공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정치인들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낀 주민들은 "이번만은 안 된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참좋은선거봉사단' '돈선거추방및공명선거추진위원회' 등 민간단체가 꾸려져 공명선거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