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호주·中 등 '버블 논란' 일 정도로 두 자릿수 급등
저금리·규제완화 덕분… 서브프라임 직격탄 맞은 美 도시 12% 오르기도
급속한 경기 회복과 각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전 세계 주요 주택시장이 빠르게 침체를 벗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호주·영국 등에서는 '버블(bubble·거품)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도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지역은 전년 대비 10% 이상 집값이 올라 2008년 집값 폭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주요 국가 주택가격 급등
영국 부동산 정보회사인 '아카다메트릭스(Acadametrics)'의 최근 주택가격지수(AcadHPI)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영국의 주택 평균 가격은 작년 같은 달 대비 11.2% 올랐다. 런던지역의 평균 주택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가 올랐다.
중국의 70대 도시의 주택 판매 가격도 올 3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1.7% 상승했고, 3월 10일 기준 호주의 평균 집값은 54만2827호주달러(약 5억6000만원)로 작년 동기에 비해 16.2% 정도 올랐다.
- ▲ 자료: S&P 케이스-실러지수·오스트레일리안 프로퍼티 모니터·중국국가통계청·홍콩대 주거용건물가격지수·아카다메트릭스 주택가격지수·테라넷-캐나다은행 주택가격 지수·Quotable Value·나이트프랭크 주택가격 지수
미국은 라스베이거스(-14.6%), 탬파(-6.0%), 시애틀(-5.6%) 등은 하락세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저소득층 대상 주택담보대출)사태 이후 집값이 가장 먼저 내려가기 시작한 샌디에이고(7.6%), 샌프란시스코(11.9%), 로스앤젤레스(5.3%) 등 서부지역 집값은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와 규제완화가 원인
주요 국가들의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인 저(低)금리 기조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금융위기 전 7.2%에 달하던 1년 대출금리를 2008년 12월부터 지금까지 5.31%로 동결하고 있다. 호주는 7.25%였던 기준 금리가 현재 4%대까지 떨어졌다. 이외에도 영국(0.5%)·미국(0.25%)도 1년 이상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주택시장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예상 외의 빠른 경기 회복도 주택시장 회복세를 견인하는 한 요인이다. 중국은 올해 1분기 11%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호주와 영국도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경제 성장이 빠른 국가에서는 물가 상승 우려감 때문에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주택시장 관련 규제 완화정책과 미국 등에서 저금리의 달러를 빌려와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dollar carry trade)' 확대 등도 세계 주택시장 회복에 일조했다.
◆금리인상 압박·美 주택시장 정상화 여부가 향후 관건
전문가들은 이런 저금리 기조와 경제 성장, 정부정책이 뒷받침될 경우 상당 기간 주택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펀드회사인 '폴슨앤드컴퍼니'의 존 폴슨 대표는 "미국의 주택가격은 안정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8∼10% 정도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부동산중개업협회(NAR)도 최근 "충분히 조정받은 만큼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2월 잠정 신규 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8.2% 급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호주 등이 최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게 변수이다. 실제 중국 정부가 지난달부터 세 번째 주택 구입시 대출을 제한하고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등 규제정책을 실시한 후 중국 부동산시장은 일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의 경우 일부 지역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집값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데이비드 블리처 회장은 "집값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기에 앞서 추가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시장이 회복됐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