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 명장' 카메론 내한

천진난만한 소년의 얼굴을 한 미국의 중년 신사가 싱글싱글 웃으며 눈앞에 앉았을 때 당혹감이 밀려왔다. 스카티 카메론(Scotty Cameron·47)이란 이름에는 '골프계의 반 고흐', '진정한 마이스터(거장)', '황제의 퍼터'라는 거창한 수식어들이 따라붙는다. 이 때문에 19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카메론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을 때 기자는 나이 지긋한 예술가형 풍모를 기대했다. 카메론은 "저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소년의 얼굴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군요"라며 또 싱긋 웃었다.
그가 만든 골프 퍼터들이 '황제의 퍼터'라고 불리는 것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인연이 작용했다. 우즈는 스탠퍼드대학 시절부터 카메론이 만든 퍼터를 사용해 미국 남자프로골프(PGA)투어를 정복했다. 우즈는 다른 클럽은 기술의 진보에 맞춰 수시로 바꿔 나가지만 퍼터만큼은 카메론 제품만을 고집한다. 현재 우즈가 쓰고 있는 퍼터는 8년 전에 카메론이 만든 '뉴포트 2 클래식'이란 모델로 1년에 한 차례 그립 등 문제가 있는 부분만 고치고 있다.
카메론은 "우즈는 늘 정확한 퍼팅 스트로크를 할 수 있는 퍼팅의 모델 같은 선수"라며 "매년 두 차례씩 신모델로 그를 유혹해 보지만 소득이 없었다"고 했다. 우즈는 한 인터뷰에서 "지금 같아선 죽을 때까지 퍼터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애착을 보였다.
카메론이 만든 퍼터는 미 PGA투어 점유율이 60%를 넘고, 2006년 우승자의 50%가 카메론 퍼터를 사용했다.
어떻게 이런 '독과점'이 가능할까? "저는 직접 경기장에 가서 선수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현장에서 서비스를 해요. 그리고 샌디에이고에 있는 퍼터 스튜디오에서 선수와 함께 과학적인 부분은 물론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편안하게 퍼팅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함께 만들어 나가죠."
스카티 카메론이란 이름을 단 퍼터는 세 종류가 있다. 타이틀리스트에서 내놓는 대량 생산형과 투어 선수용 수제품, 일반 애호가용 수제품이다. 그가 '퍼터의 반 고흐'란 애칭을 갖게 된 것은 상상력이 풍부한 디자인과 익살스러운 스탬프 때문이다. 그가 스튜디오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뒤 펀치로 '낙관(落款)'처럼 스탬프를 찍어 내놓는 퍼터들은 보통 제품이 300만~1200만원 정도이고, 비싼 건 2000만원을 넘는다. 드물게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그의 '작품'은 3만달러(약 3700만원)를 호가하기도 한다.
이번 방한 인터뷰와 한국 팬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이는 일본의 후쿠다 유타카씨다. 그는 2006년 일본에 '스카티 카메론 뮤지엄 & 갤러리'를 만들어 카메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해 놓을 정도로 열렬한 애호가이다.
카메론의 아버지는 보험설계사로 취미가 중고 골프클럽(주로 퍼시몬 우드)을 사다가 집 차고에서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카메론은 열한살 때 중고 골프 가게에서 가죽 그립에 독특한 모델의 퍼터를 보고 매료된 뒤론 차고에서 아버지가 우드를 만들 때 그 옆에서 퍼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이 차고에서 퍼터 거장이 탄생한 것이다.
'퍼터 명장'의 골프 핸디캡은 2(74타) 정도. 한 라운드 평균 퍼트 수도 28개로 수준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