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대만에도 뒤진 일본 국제경쟁력
일본이 뒤집어졌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이 19일 발표한 국제경쟁력 순위가 뒤집어져서다. 한국은 지난해보다 4계단 오른 23위가 됐고, 일본은 10계단 떨어진 27위였다. 일본은 중국·대만에도 뒤졌다. <본지 5월 20일자 2면>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0일 ‘일본, 한·중·대만에 추월됐다’는 제목으로 IMD 발표를 전달했다. 일본 정부와 재계는 열등생으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에 빠져들고 있다. 재무성의 한 관료는 “1인당 국민소득 순위도 18위까지 내려왔다”며 “일본은 더 이상 경제대국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갚아야 할 원리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만 206조4900억 엔(약 2700조원). 올해 예상 세수(375조9600억 엔)의 55%다. 원리금을 갚고 나면 다른 데 쓸 돈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결국 또다시 막대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에 걸린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일본에 “당장 내년부터 책임 있는 재정을 운용하라”고 다그친 이유다. IMF는 19일 연례 일본경제 검토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재정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조기에 재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5%인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소비세를 올리면 내수가 위축될 공산이 크다. 일본 정부로선 받아들이기도, 뿌리치기도 힘든 카드다.
그러나 IMF의 경고까지 나온 마당에 일본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떻게든 세수를 늘려야 할 판이다. 하지만 내수를 확장하기란 쉽지 않다. 91년 이후 20년간 애썼지만 못한 일이다. 해답은 수출이다.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하게 해 거기서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이다.
수출 확대를 위해선 ‘약한 엔’이 필수다. 그러려면 다른 나라가 출구전략에 들어가 금리를 높이더라도, 일본은 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자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달러 등으로 환전해, 금리가 높은 나라에서 빌려주는 투자자들이 생긴다. 외화 환전 수요가 생기므로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
국내에선 엔화 약세의 불똥이 한국에 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 김성노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엔화 약세-원화 강세 때면 한국의 수출이 영향을 받아 코스피지수가 닛케이지수보다 좋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며 “일본이 엔저 정책을 펴면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서울=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