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난 12년간 최대 14조3550억원을 북한에 지원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정부 당시 80억달러,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지난 4월까지 3550억원을 휴전선을 넘어 건넸다. 대북 협력자금 14조3550억원은 3월 26일 밤 어뢰로 돌아와 대한민국을 때렸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은 해군 초계함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 해군 장병 46명이 순식간에 함정과 함께 바다에 수장됐다.
5월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천안함이 침몰했다고 발표한 이후 대북지원금 무용론이 비등하고 있다. 대북지원금은 남북협력기금 등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각종 대북 사업과 융자사업을 뜻한다. 여기에는 남북협력기금 외에도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재정부 등 10여개 부처가 자체 예산으로 집행해온 각종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현 정부선 2년간 3550억원 지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대북사업은 인도적 차원에서 지속되어 왔다. 남북사회문화교류, 북한의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사업, 남북경제협력,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사업이 해당된다. 주간조선이 통일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협력기금으로 북한에 지원한 돈은 경상사업과 융자사업을 합쳐 2008년 2312억원, 2009년 1000억원, 2010년 4월 말 현재 238억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줄어든 금액이다.<도표 참조>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과 관련, 지난 5월 11일 통일부에 정부예산이 들어가는 대북사업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북한에 ‘뒷돈’을 지급한 일이 없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10년 동안 정부예산이 들어가는 대북사업 외에 남북정상회담 등 각종 대가로 뒷돈을 줬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동안 대북 지원에 사용된 자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와 민간이 방북 대가로 북에 준 ‘뒷돈’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뒷돈’의 규모를 10억달러 규모로 추산하지만 그 이상을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7월 폴란드 방문 중 유럽의 뉴스 전문 채널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평통 “살상무기 만드는 데 써”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뒷돈’ 거래를 제외한 대북지원금 총액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곳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다. 민주평통은 지난해 7월 펴낸 ‘대북정책 바로 알기’라는 책자에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는 북한에 약 70억달러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가 현금 13억3000만달러, 현물 11억6000만달러 등 총 24억9000만달러를 지원했고, 노무현 정부는 현금 15억7000만달러, 현물 29억달러 등 44억7000만달러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민주평통은 이 책자에서 “북한에 지원된 많은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됐고 현금 역시 미사일·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쓰였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대북 관련 기관의 분석도 유사하다. 이 기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대북 제공 현금 총액이 29억2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내역은 ▲상업적 교역 ▲금강산·개성관광 ▲사회문화교류비용 ▲개성공단 ▲남북정상회담 대가 등이라고 한다. 이 역시 북한과 경협사업, 사회문화교류사업을 하면서 정부 승인 없이 들어간 ‘뒷돈’은 빠진 수치다. 정부별로 보면 김대중 정부 때 13억3100만달러, 노무현 정부 때 15억7100만달러가 북한에 제공됐다고 한다. 두 행정부 10년 동안 쌀, 비료 등 현물성 지원도 4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북한에 제공한 현금이 북한 군부에 유입된 근거로 제시한 이 정부기관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북한경제가 형식적으로는 군 경제와 민간 경제로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군정치를 실시하는 사회주의 독재체제인 북한에서 민간경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는 북한은 내각 산하 ‘민경련’을 내세워 대남 경협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으나 ‘민경련’ 산하 무역회사들의 상당수가 군부와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南과 접촉한 北 회사들, 군부와 연계
실제 지난 10년간 북한에 제공한 현금의 34% 정도가 모래, 무연탄, 수산물 등의 교역사업 명목으로 북한 군부 산하 무역회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관광도 명목상으로는 ‘명승지총국’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군부 산하 무역회사가 금강산 교예공연, 옥류관, 온정각 매대를 운영하는 등 사업을 배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북 지원 현금의 군사비 전용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때 막후에서 역할을 했던 실무자조차 군사비 전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은 2003년 6월 대북송금의혹사건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담당검사의 “(북한에) 돈을 직접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있지 아니한가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돈을 직접 주는 것은 첫째 국민적 비판 여론을 감내하기가 어렵고, 둘째 혹시 북측이 군사비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1억달러 정도를 주더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서 해빙 무드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정부 관계 기관은 북한이 남한의 현금 지원을 군사비로 전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논거로 북한의 경제 규모를 들었다. 북한의 경제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국민총소득이 248억달러로 우리의 38분의 1 수준이다. 무역 수지도 2007년, 2008년 각각 11억달러, 15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외부자금 수혈 없이는 핵·미사일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논거다. 이 기관은 그동안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개발하는 데 5억~6억달러,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8억~9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J·노무현 정권 10년간 퍼 준 결과가 천안함 폭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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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지원금액도 급증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금액도 만만치 않다. 대북 교류·지원 민간단체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북한에 7억3148만달러 상당의 현금과 물품을 제공했다. 정부가 추정하는 대북지원 금액 약 70억달러에 포함된 액수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에 연간 182억원에서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에는 909억원으로 5배나 증가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민간단체들이 북한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한 시기는 2004년으로 연간 909억원을 지원했다.
남북협력기금 집행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들어 급증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사용된 남북협력기금은 2119억원이었던데 비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각각 8.7배와 14.6배가 늘어난 1조8563억원과 3조1082억원이 집행됐다.
2009년 4월 현재 대북교류·지원 목적으로 통일부에 등록된 단체는 236개다. 교류단체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 154개이고, 지원단체는 우리겨레하나되기·국제옥수수재단 등 82개 단체다.
교류단체와 지원단체를 나눠 대북 지원액을 보면 교류단체는 체류경비, 출연료·대관료 등의 사업비, 시설건립 등의 명목으로 10년간 현금 3302만달러, 물품 8108만달러를 북측에 제공했다. 지원단체는 보건의료, 주민생활개선, 수해복구 등의 명목으로 같은 기간 6억1738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활발한 대북 교류·지원 사업을 벌이는 곳은 60개 단체로, 이들 단체의 조직 주도인물·활동내용 등으로 볼 때 80% 이상이 친북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대부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출범했다.
北 군부대에 쌓인 적십자쌀 모른 척
이들 민간단체는 방북 시 금수산기념궁전 등 북한체제 우상화 시설을 관례적으로 참관하는 등 국가정체성을 훼손하기도 했다. 지난 1998년 북한을 방문한 모 교수는 금수산기념궁전과 애국열사릉, 혁명열사릉을 참배했다. 같은 해 북한을 방문한 민노총 대표단도 같은 곳을 참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원 후 분배 투명성 제고 노력 및 사후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2006년과 2007년 북한 지역에 수해가 발생했을 때 남측 지원단체들은 북한 피해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북한의 주장을 거의 수용, 우리 측 지원품목 및 규모를 결정했지만 수해복구 현장을 방문해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06년 9월 우리 군 당국이 북한 군부대에 쌓여 있는 적십자 마크의 쌀자루를 확인하는 등 대북 지원 쌀 전용 사례를 10여차례 확인했지만 대북 지원단체들은 북한 측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지원 사업장 모니터링을 명분으로 한 민간단체들의 대부분은 사업장 모니터링은 소홀히 한 채 백두산, 묘향산, 평양시내 관광 등에 대부분의 일정을 소비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북한 수해구호 지원에는 수해구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물품들도 포함돼 있었다. 물품 지원에는 고급 브래지어·거들 등도 포함됐고, 건전지 등 일부 품목은 과다 지원됐다.
수해구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브래지어나 거들처럼 북한 실정에 맞지 않는 지원을 해 국민 성금과 세금을 낭비하는 경우도 많았다. 평양적십자병원에 지원된 고가의 의료장비 일부는 평양지역의 전기공급 불량, 조작기술 미흡, 관리소홀로 고장난 채 방치돼 있고, 모 협동농장에 지원된 트랙터, 콤바인 등 고성능 농기계는 북한의 연료난과 수리여건 미흡으로 방치돼 있다고 한다.
민간단체들은 평양공연이나 북한 예술단의 방한 공연, 북한 취재 등의 대북 교류 활동에서도 과도한 대가를 제공했다.
대가 제공 유형은 ▲공연 등 우리 측 방북 행사 ▲북측 인사 방한 초청 ▲남북교류협력사업 성사 조건 등에 따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 측 방북 행사가 대가 제공의 주류를 이뤘다.
“총 지원금 14조 이를 것”
실례로 모 방송사는 2000년 10월 ‘노동당 창건행사’ 취재 대가로 이면계약을 통해 100만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고, 2005년 8월에 있었던 국내 가수 평양공연에는 90만달러(현금 70만달러, 현물 20만달러 상당)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6월에도 가극 ‘금강’ 공연을 평양에서 가진 모 단체는 그 대가로 50만달러(현금 30만달러, 현물 20만달러 상당)를 지급했다. 같은 해 8월 모 오페라단의 ‘아! 고구려’ 평양 공연에는 100만달러(현금 70만달러, 현물 30만달러 상당)가 대가로 지급됐다고 한다.
북한은 우리 단체들 간의 대북교류 선점 경쟁을 이용, 별도의 대가 제공을 남북교류사업 성사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일도 있었다.
북한은 2000년 5월 당시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평양교예단 방한공연’ 유치에 9개 민간단체가 경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 측은 유치 경합에 참여한 공연기획사 ‘NS21’에 550만달러 상당의 현금 및 현물을 요구해 관철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런 식으로 국내 민간단체들이 공연, 취재, 문화재 복원 등의 명목으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총 69건, 4541만달러(현금 2639만달러, 현물 1902만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단체의 미신고 등으로 정부가 포착하지 못한 ‘뒷돈’을 포함할 경우 북한에 실제 제공한 대가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대북 지원액 추정치는 ‘뒷돈’10억달러를 포함하면 80억달러에 달한다. 80억달러는 최근의 환율로 계산하면 9조4000억원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 단체에서는 대북지원금 총액이 1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 조성관 편집위원 maple@chosun.com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ksd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