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무현 투표 독려 문자 재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황주희(26·여)씨는 투표할 생각이 없었다. 주소지도 경남 김해다. 휴가를 얻어 지난달 하순 고향에 내려갔지만 지난달 31일 상경하려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투표하자”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접했다. “젊은 층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단문 메시지가 결국 황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황씨는 원래 계획을 바꿔 2일 투표를 마치고 상경했다.왼쪽 사진은 2일 오후 5시쯤 트위터에 오른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단문 메시지’다. 오른쪽은 투표를 했다고 트위터에 사진을 올린 것(인증샷)이다. | |
글의 내용은 오후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전화·문자로 지인에게 투표를 독려하자’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 시작했다. “문자도 다 보내고, 전화할 데도 없는 사람은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합시다. ‘(투표 종료) 30분 전인데 안내방송 해주세요’ 하면 해줍니다(‘nsky88’)”라는 글도 보였다. 회사원 송인혁(34)씨도 트위터를 통해 지인 30명에게 투표 독려 문자를 보냈다. 송씨는 “트위터에 올라온 투표 독려 글을 계속 보다 보니 문자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팔로어(follower·상대방의 글을 보기 위해 등록한 사람) 수가 많은 유명 인사들의 투표 독려도 큰 역할을 했다.
16만7000여 명의 팔로어가 있는 소설가 이외수씨도 이날 오전 11시 “투표 완료!”라는 글과 함께 투표소 앞에서 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씨의 투표 인증 사진에 트위터 사용자 60여 명이 댓글을 달며 사진을 리트윗했다. 이씨는 “포기해 버린 당신의 주권은 포기해 버린 순간부터 쓰레기보다 못한 가치로 전락해 버립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이외에 탤런트 박진희, 댄스그룹 ‘슈퍼주니어’ 김희철 등 연예인들도 투표 사실을 알리는 글이나 인증샷 등을 올렸다.
투표율을 보면 실제로 오후 들어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2006년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지만, 정오부터 역전을 시작해 최종 투표율은 54.5%까지 기록했다. 이는 지난 선거에 비해 2.9%포인트 높은 수치다.
새로운 풍속도가 주요 후보자의 득표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집계 과정에서 나타난 여야 후보자들의 득표율 격차가 투표 종료 시간에 다가갈수록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출구조사에 참여한 한 방송사 관계자는 “출구조사 결과 수집 과정에서 나타난 비공식적인 시간대별 득표율이 오전에는 여당이, 오후에는 야당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정오쯤 10%포인트 차이를 보였으나, 오후 2시에는 7%포인트대로, 오후 5시에는 0.2%포인트대로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2002년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투표를 독려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8년 전 분석과 맥락이 닿는다. 당시 문자메시지가 진보 성향의 유권자를 결집시킨 것처럼 2010년엔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송지혜·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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