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정치, 외교.

안맞는 여론조사´ 지방선거 후폭풍 맞다

화이트보스 2010. 6. 4. 20:17

안맞는 여론조사´ 지방선거 후폭풍 맞다

데일리안 | 입력 2010.06.04 16:13

 




[데일리안 신동규 기자]"이제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

6.2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면치 못한 한나라당만큼이나 곤혹스러운 곳이 있다. 바로 여론조사기관들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여론조사기관들의 사전 여론조사들이 실제 선거 결과와 크게 엇나가며 그야말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마지막 여론조사 공표기간이었던 지난 26일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지지도 차이는 15~20%p로 나타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박빙´ 접전을 벌이다 0.6%p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예상과 최대 20%p가량 차이가 나면서 여론조사기관들이 단단히 체면을 구긴 셈이다.

서울 이외의 광역단체장 사전 여론조사 결과도 속속 빗나갔다. 인천-강원-충북 등 대다수 지역에서 여당 후보들이 5%p 이상 앞서 있다는 당초 여론조사와는 달리 민주당 등 야당 후보들이 속속 당선됐다.





◇ 지난 18대 총선 투표일인 2008년 4월 9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한 투표소 부근에서 방송사 출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권 '여론조사 무용론' 한목소리…"30% 이하 응답률 보도 말아야"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조사 ´무용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3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유치원 아이들까지 핸드폰을 사용하는 세상에 전화여론조사를 하면 이게 맞겠나"라며 대다수 여론조사기관들이 채택하고 있는 전화여론조사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내가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는데 (당 관계자들이) 나한테 엄살을 떤다고 그러더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선거기간동안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지금 보도되는 사전여론조사와 실제 투표는 평균 12%p 차이가 날 것이다, 방심하면 안된다"고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4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응답율 30% 이하의 정치여론조사는 보도를 금지하기도 한다"며 "여론조사를 돌려 이 자료를 전략에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10% 미만의 응답률을 보이는 조사를 대규모로 보도하는 것은 허위보도에 가까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러한 현상은 지난번 총선때부터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이렇게 신빙성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반복해 보도하면 많은 국민들이 이게 굉장히 큰 격차가 벌어지는구나, 이렇게 판단하면서 강자쪽으로 몰려가는 소위 밴드웨건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상파 방송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는 결과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 주목을 받았다. 투표 직후 실시된 출구조사에서 서울시장의 경우 오 후보는 47.4%, 한 후보는 47.2%로 예상됐고 실제 개표에서도 오 시장이 0.6%p 차이로 가까스로 승리, 거의 정확히 결과를 예측했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선거 전 사전 여론조사들에선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10%p 이상 크게 앞질렀으나 출구조사에서는 격차가 4.2%p로 줄었고, 실제 개표 결과도 4.4%p 차이로 ´쪽집게´ 예측을 보였다. 인천시장의 경우에도 출구조사 예상(6.6%p차)과 실제 선거 결과(8.3%p차)의 오차가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출구조사가 사전여론조사에 비해 정확한 것은 신뢰도가 높은 ´밸럿 메서드´라는 조사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에게 조사원이 질문한 뒤 기록지에 표시하는 ´대면 질문법´ 대신 유권자들이 설문지에 자신의 투표 결과를 직접 기록하도록 해 정확성과 신뢰도가 높였다는 설명. 또한 방송 3사가 출구조사 대상 투표소를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두 배로 늘린 600곳을 선정해 표본을 늘린 점도 이번 출구조사 정확도를 크게 높이는데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선거당일 실시된 전화조사 기반의 YTN-한국갤럽 조사는 오 후보와 한 후보의 격차를 10%p의 오 후보 우위로 예상하는 등 실제결과와의 오차가 컸다.

여론조사기관 "과거 출구조사도 크게 엇나가…조사에 '직업군' 등 새 요소 투입해야"

이와 관련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 데일리안 > 과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여론조사 무용론이 일고 있지만 ARS 여론조사는 출구조사와 마찬가지로 '밸럿 메서드'를 활용, 유권자가 직접 그 오차가 크지 않다"며 "이번 선거에서의 큰 오차는 인터넷 상에서 젊은이들이 트위터 등으로 폭발적으로 뭉쳐 야권 지지율이 폭발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여론조사결과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현재 조사방법 단점 극복과 관련, "현 조사는 지역, 성별, 연령 등 3요소가 주요 축"이라고 설명하며 "예를 들어 여성 비율 중 주부 비율이 상당히 많이 잡히는 편이고 이는 정확한 표본이라 볼 수 없다. 휴대폰 조사를 섞는 하이브리드방식, 070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가구를 활용하는 방식 등 단점이 보완된 조사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구 센서스를 활용, 기본 3요소에 '직업군' 요소까지 가미하면 여론조사의 정확도가 한층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화여론조사에서 아무리 훌륭한 표본으로 분석을 해도 실제 투표장에 가는 사람과 응답자 간 오차가 있기 때문에 오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여론조사 결과 오차에 대한 기자의 빌문에 "(투표율 오차와 관련) 할 말이 없다"며 대답을 꺼렸다. [데일리안 = 신동규 기자]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