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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 '코리아 이니셔티브(한국이 주도하는 新국제금융질서)' 나올 것"

화이트보스 2010. 6. 28. 15:03

올 11월 '코리아 이니셔티브(한국이 주도하는 新국제금융질서)' 나올 것"

인터뷰=윤영신 경제부장 ysyo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정리=김재곤 기자 trum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윤예나 조선경제i 기자 yena@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진동수 금융위원장 '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
역사적 '서울 G20 정상회의'… 금융안전망·은행세 등 한국이 글로벌 이슈 조율
상호금융·저축銀 '직무유기'… 서민 대출 등한시한채 과도하게 수익만 좇아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머리엔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그는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면 (세계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고, 역사에 남는 회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의장을 맡는 우리나라가 최근 첨예하게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 금융안전망 구축, 금융규제개혁 같은 글로벌 이슈를 조율해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진 위원장은 이것이 '서울 이니셔티브'나 '코리아 이니셔티브'란 이름으로 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나중에 '아, 이건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했던 것'이라는 식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이렇게 주최국의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세계 경제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중요하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진 위원장은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을 기념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금융권 최대 관심사인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 서민금융 기관들의 문제점, 금융그룹 CEO의 리더십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여러 국제회의에 다니면서 선진국과 우리의 차이가 영어보다도 전문성에 있다는 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윤증현 장관이 '공부 좀 해야겠다'고 한 이야기를 나 역시 절감했다"며 "한달 전 독일 정부 주재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가 20~30분간 원고도 없이 금융규제에 대해 전문적인 얘기를 쏟아내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신흥국들이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외환위기를 겪지 않도록 돕는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해 우리나라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문제를 주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어떤 진전이 있나.

"금융안전망 문제는 우리가 신흥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제로 밀어온 것이다. 현재 결제통화가 없는 신흥국들이 안정적으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을 키우려면 보호막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환보유액을 쌓든지, 환율을 통제하든지 하는 세계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가 됐고,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에 서민층에 초점을 맞춘 정책노선을 강조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경제가 나아졌다고 보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체감 경기는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큰 틀에서 볼 때 700조~800조원의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하위 계층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 규모가 높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괜찮겠지만 금리 상승기에 (성장이) 흔들리면 서민층의 주름살이 늘어나게 된다. 고금리 상품 가입비중이 높은 서민층의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전환해주고, 평소에도 저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숙제다."

―저축은행 같은 서민금융 회사들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같은 수익사업에 매달려 서민금융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부업체들이 엄청나게 성장한 것을 보면 분명 서민금융 시장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몇년간 서민금융 기관들이 보여준 모습은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상호금융기관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이유가 서민들에게 싸게 대출해 주라는 얘기 아닌가. 농협·수협·신협 같은 단위 상호금융 부문과 저축은행들은 원래 서민에게 저금리로 대출해 주라는 취지로 만든 곳이다. 이들이 (서민금융 대신)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과도하게 부동산 부문 등에서 수익을 좇느라 레버리지(차입)를 늘리면서 금융시장에 부담을 줬다."

―서민금융과 관련해 미소금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소금융은 자활에 초점을 맞춘 특이한 금융이다.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돈만 쏟아붓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의 관점에서 접근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처음엔 '돈만 퍼주는 것 아니냐'고 하다가 이제는 '겨우 몇십억원 지원했느냐'고 비판한다. 관건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개인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서 정착시키는 것이다. 대부업체가 호황을 맞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시장에 이런 식의 수요가 있다. 조금씩이라도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경우 생길 수 있는 금융 쪽의 위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지금도 높다고 보고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동산업계에서는 보금자리주택과 함께 금융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주택가격 대비 대출이 가능한 최대 비율) 규제와 총부채상환비율(DTI·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제도) 규제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DTI 규제 등은 (시장의) 건전성과 관계된 문제고, 거시적으로 보면 가계 부채 때문에 만든 규제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100% 확신이 있지 않는 한 손대기 어렵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 4대 금융그룹들 사이에 합병 가능성이 있나.

"아직 시장에서 누가 우리금융을 어떤 형태와 가격으로 사겠다고 확실히 밝힌 바가 없다. 다만 매각 방향과 관련해 확실한 세 가지 원칙이 있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고, 최대한 빨리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우리금융 민영화가 한국 금융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잘게 나눠 매각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안 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다 보면 자칫 민영화 자체가 어려워진다. 현재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금융을 빨리 민간에 돌려주는 것이다. 이러한 컨센서스(합의)를 읽었기 때문에 작년부터 (블록세일을 통한) 매각을 추진해 온 것이고 (정부 지분을) 50%대까지 내린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다음달에 KB금융 회장이 정식 취임하게 되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진용이 갖춰진다. 금융그룹 회장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 등) 실물 쪽 CEO(최고경영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금융회사 CEO의 영향력도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특정 제조업이 망가질 경우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경제의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이에 비해 이번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듯이 금융이 흔들리면 경제 시스템이 흔들린다. 금융회사 CEO가 어떤 리더십을 갖고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금융회사 CEO의 리더십이 잘못될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과거 IMF 외환위기 때 대형은행들에서 보지 않았나. 또한 금융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산업이지만 너무 안정적으로 가면 성장할 수 없다. CEO가 균형된 시각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