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아빠, 비가 넘 많이 와용. 아빠 오늘 운전 조심하세용.”

2008년 여름 윤재인 경위 가족과 안수정 씨(왼쪽)가 인천 용유도에 가족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 사진 제공 윤재인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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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딸의 생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근무하는 아빠가 마음에 걸렸는지 ‘발신인: 딸 수정이’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아빠는 일 때문에 저녁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 딸, 이렇게 예쁘게 문자를 보내요.” 그는 저장된 문자를 내보이며 입이 귀에 걸리게 웃었다. 여느 부녀와 다름없어 보이는 이들은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
이미 장성한 1남 1녀를 둔 서울 양천경찰서 경무과 윤재인 경위(54)에게 안수정 씨(가명·27)라는 딸이 생긴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안 씨는 2006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과 제3국을 거쳐 혈혈단신 입국한 탈북자였고 윤 씨는 양천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찰이었다. 2007년 7월 선임 관리인으로부터 안 씨의 신변보호를 넘겨받은 윤 경위는 몇 달 뒤 그의 ‘평생보호’를 맡기로 약속했다. 23년간 보안업무에만 전념해온 윤 경위에게 안 씨는 첫 만남부터 특별한 느낌을 줬다. “집 안을 깔끔하게 정돈해 놓고 있었고 아이의 표정이 생각 이상으로 밝았다”고 윤 경위는 회상했다. 2007년 탈북자 교육소인 하나원과 선임 관리인에게서 넘겨받은 안 씨의 기록도 성실함과 긍정적 사고로 가득했다. 윤 경위는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뒤 특례입학으로 간호대학에 진학해 남한에서 간호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적어놨더라”며 “처음 만난 날 ‘아르바이트 틈틈이 시간을 내 이미 간호대학 수시모집에 지원을 해놓았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