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간부들 F1 건설업체서 … 현대삼호중공업은 하청업체서 …
“이러다간 단순한 ‘술집 장부’가 ‘목포 살생부’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16일 오후 목포지역 최대의 유흥가인 하당신도심에서 만난 시민 김모(45)씨는 ‘H룸살롱 마담 장부 사건’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김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역 이미지가 실추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최근 ‘룸살롱 성매매 리스트’인 이른바 ‘마담 장부’가 공개된 목포지역은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경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지역 관가를 중심으로 온갖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떠돌고, 유흥업계 또한 ‘추석 대목을 망쳤다’며 원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목포경찰은 16일 현재 입수한 ‘마담 장부’에 적힌 명단 398명 중 200명의 조사를 끝냈으며, 이 중 50명이 성매매를 시인한 상태라고 밝혔다. 나머지 198명의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형사과 직원 전원을 투입해 장부에 올라 있는 남성과 여종업원을 불러 대질심문을 벌이고 있다.
◇장부에는 누가 올랐나=비밀장부에는 현직 공무원과 기업 중역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당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제의 H룸살롱 전 여종업원은 “지난해 2월부터 전남도청 직원이 영암군 삼호읍의 F1 코리아그랑프리 건설업체 관계자로부터 수차례 가게에서 접대를 받았다”며 “현대삼호중공업 협력회사들도 현대삼호중공업 중역과 간부 접대를 위해 5회 정도 찾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종업원은 접대 과정에서의 성매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접대는 2차(?)까지 포함이냐”고 묻자 “접대받으러 온 사람이 2차를 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밖에도 목포지역에서는 목포시청과 해양경찰 관계자 등 지역 공공기관과 대기업 직원들이 이곳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소문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흥가 울상·지역 이미지 실추=추석 대목을 앞둔 하당의 유흥가는 울상을 짓고 있었다.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반짝 특수를 기대했는데 ‘마담 장부’ 보도 이후 매출이 평상시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A룸살롱 업주 김모(45)씨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장사가 안되는데 언론 보도 이후 단골들 마저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지역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 컸다. 상동 주민 이모(36)씨는 “서울에 사는 친구로부터 ‘너도 관련됐냐’는 농담섞인 조롱까지 받고있어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꼼꼼한 ‘고객 관리’가 오히려 화근(?)=문제의 H룸살롱은 평소 세세하고 꼼꼼한 영업관리로 고객유치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소의 비밀장부에는 날짜별로 방 번호와 함께 손님이 주문한 주류, 접대부 이름, 손님 전화번호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H룸살롱 전 여종업원은 “손님이 나가면 마담이 꼭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기록했다”며 “만일 손님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모를 경우 우리들에게 꾸지람을 하거나 바로바로 손님의 특이사항을 기재하는 등 치밀한 장부관리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자메시지 안부를 통한 영업은 물론 이른바 ‘택시PR’을 통해 택시 기사가 손님을 H룸살롱으로 데려올 경우 1명에 5만원, 2명에 10만원을 지급하는 등 치밀한 영업관리로 손님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9개월의 기록이 담긴 비밀장부가 우연한 계기에 경찰의 손에 넘어감에 따라 꼼꼼한 관리가 결국 화근이 된 셈이다.
/목포=임동률기자 exian@kwangju.co.kr
/서부취재본부=김병관기자 dss6116@